"농협은 농민의 권익을 지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일부 임직원의 비리로 인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33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협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낸 지 닷새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농업의 근간을 지탱하는 농협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농협이 한시바삐 농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주권 관점에서 지배구조를 조속히 개선하고,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도 관계 부처에 쏟아냈다.
그런데 대통령의 개혁 주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 안산 반월농협에서 그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가 확인됐다. 반월농협이 조합원에게 지급한 성과급 NH기프트카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처에 제한이 없는 일반 NH기프트카드를 지급하면서도 마치 특정 사업장에서만 쓸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조직적인 기만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지역농산물 직매장에서만 쓰라더니"…실제론 어디서든 결제
19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조합원 측 문제 제기 자료에 따르면, 반월농협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초과 달성과 이용고 배당에 따른 성과급 명목으로 NH기프트카드를 조합원들에게 지급했다. 전체 조합원 1800여 명 가운데 80~90%가 1인당 70만 원 상당의 NH기프트카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 본면에는 '사용처 : 지역농산물 직매장 및 영농자재센터'라는 문구가 인쇄됐고, 카드에 붙인 안내 딱지와 봉투 겉면에도 동일한 내용이 적혔다.
이 같은 안내를 받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해당 카드를 농협 경제사업장 안에서만 쓸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실제 카드 기능은 달랐다. 해당 카드는 사용처 제한이 전혀 없는 일반 NH기프트카드로, 일반 할인점과 식당, 잡화점 등 가맹점 어디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었다. 조합원 측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카드였는데도 특정 장소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처럼 안내해 조합원의 경제적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일정상 불가피" 해명했지만…앞뒤가 맞지 않아
이에 대해 반월농협 관계자는 "본 사업은 2022년 최초 시행 이후 반월농협 사업장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향을 유지해 왔다"며 "사용처를 지역농산물 직매장 등 반월농협 사업장으로 한정한 것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매출을 늘려 조합원의 실익과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의 경우 관련 의결 시점이 2025년 12월 30일에 이루어졌고, 통상 3~6주가 소요되는 맞춤형 NH기프트카드 제작 및 수급 일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사업 일정과 집행 시기를 고려해 일반 NH기프트카드로 지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지급된 카드는 사용처 제한 기능이 없는 일반 NH기프트카드였으나, 기존 운영 방식에 따라 사용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안내가 이뤄지면서 실제 사용 가능 범위와 안내 내용 사이에 차이가 생겼다"며 "카드 발급 일정상 부득이하게 일반 NH기프트카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운영상의 차이일 뿐, 사업의 기본 취지와 목적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논리적으로 허점이 크다. 일정상 부득이하게 일반 NH기프트카드를 지급했다면, 그 사실을 조합원에게 먼저 알리고 실제 카드 기능에 맞게 사용처 안내도 함께 바로잡았어야 했다. 지급하는 카드는 바꾸면서 조합원에게 전달하는 안내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은, 조합원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카드를 사용하도록 내버려 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 다른 농협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문제
다른 단위농협의 사례와 견주어 보면 반월농협의 안내 방식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 더욱 분명해진다. 같은 NH기프트카드를 조합원에게 지급한 다른 단위농협들은 카드 사용처를 경제사업장과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로 명확히 제한해 운영해 왔다. 카드 기능과 안내 내용이 일치했고, 조합원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반월농협은 올해 사용처 제한이 전혀 없는 카드를 지급하고도 기존 방식의 제한 안내를 그대로 적용했다. 다른 농협들이 제한 카드에 걸맞은 안내를 한 것과 정반대로, 반월농협은 제한이 없는 카드를 제한 카드인 것처럼 안내한 셈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착오가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 사업장으로 조합원을 유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 "무기명 카드, 선거용 아니냐"…조합원 의혹 확산·경찰 고발 예고
일부 조합원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방식의 카드 지급이 이뤄졌다는 점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NH기프트카드가 상품권처럼 무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선거용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월농협 관계자는 "카드를 조합장 선거용으로 사용할 목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조합원 측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혜택 제공 방식과 운영 전반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촉구했다. 나아가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사안이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고 조만간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경제취재진은 반월농협에 NH기프트카드 관련 올해 예산 내역과 발급 내역,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내역, 사용처 등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알려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 임원 보수 급등 논란까지…반월농협 불신 누적
사실 반월농협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월농협은 지난해 11월 내부 규약을 개정해 임원 보수를 대폭 인상한 사실이 앞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비상임 조합장 월 실비는 800만원에서 1260만원으로, 상임이사 월 급여는 650만원에서 125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연간 특별상여금까지 포함하면 조합장 연간 수령액이 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이 조합원 전체 의결이 아닌 소수 대의원 투표만으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깜깜이 운영' 비판이 쏟아졌다.
임원 보수 급등 논란에 이어 NH기프트카드 부적절 안내 문제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반월농협 운영 전반에 대한 조합원 신뢰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협동조합이 정작 조합원에게는 불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임원 보수 인상에는 발 빠르게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는 농협'의 문제가 반월농협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한 조합원은 "반월농협이 '운영상의 차이'라는 말로 이번 사안을 무마하려 한다면 조합원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라며 "카드 안내 과정에서 왜 실제 사용 가능 범위를 조합원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계정 변경 경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투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함께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정진욱 기자

3 weeks ago
20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