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을 불법 처방하고,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의사에게 징역 16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염모씨(49)의 상고심에서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3일 확정했다.
염씨는 지난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30)에게 프로포폴·미다졸람·디아제팜·케타민 등을 혼합해 투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염씨는 이 밖에도 상습적으로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일부 환자들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의사 면허가 정지된 기간에도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지난해 6월 염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염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고도의 도덕성을 요하는 피고인의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은 지난 1월 염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76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1년 감형한 징역 16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염씨 측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