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 없는 사회’ AI 시대… 몸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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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개원 30년 기념 강연 권병준 작가의 관객 참여형 전시 ‘자명리 공명 마을’에서 관객은 각자 헤드셋을 착용하고 전시 공간을 거닌다. 헤드셋에선 저마다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른 사람의 소리가 궁금하다면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 된다. 그러면 두 사람의 소리가 교환된다. 기술을 활용한 전시지만, 정작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관객을 연결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몸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캠퍼스. ‘자명리 공명 마을’의 사진이 화면에 뜨자 무용원 재학생 100여 명이 무용실기실에 모여 화면을 주목했다. 한예종 무용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16, 19, 20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강연 ‘몸, 그리고 내일’ 현장이다. 이날 강연에 나선 박지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기술시대에 몸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주제로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짚었다. 기술이 창작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신체 경험까지 바꾸는 시대, 몸이 기반인 춤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발견해야 할까. 무용수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박 프로듀서는 이런 맥락에서 현대사회를 ‘마찰 없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이 일상에 들어오면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고, 불편한 과정을 건너뛰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AI 덕분에 굉장히 편리하게 살고 있죠. 왜라고 질문할 필요도 없고, 불편할 일도 없어요. 점점 마찰 없는 세상이 되는 거죠.” 사라진 마찰은 어디로 갔을까. 박 프로듀서는 매끄러운 디지털 환경 뒤에 가려진 현실을 짚었다.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데 쓰이는 막대한 양의 물, AI 학습 데이터를 분류하고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노동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그 부담은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맡겨진다. 그는 이를 ‘마찰의 외주화’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 프로듀서는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지보다 먼저 무엇을 드러낼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라진 몸, 밀려난 몸을 어떻게 드러내고 관객과 부딪히게 할 것인가. 그 질문이 앞서야 한다”며 “우리 작업의 매끄러움이 누구의 마찰 위에 있는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용원은 박 프로듀서를 비롯해 김원영 작가와 케르스틴 슈로트 예술감독, 이진아 드라마투르그(dramaturg·극작술 연구자) 등이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질문을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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