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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 전통적인 럭셔리 기업의 주가가 올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의 수요가 둔화한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5일 파리증시에 따르면 LVMH 주가는 올해 들어 24.98% 하락했다.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 티파니 등 유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럭셔리 그룹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LVMH는 '프랑스 시가총액 1위' 타이틀도 넘겨주게 됐다.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등을 운영하는 케링 또한 올해 주가가 25.38% 하락했다.
전통 럭셔리 기업으로 꼽히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의 부진이다. 세계 명품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가 악화하자 지갑을 닫아버린 것. 실제로 LVMH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매출이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케링도 아시아 매출이 25% 줄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중국 명품 시장은 약 20% 역신장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보고서에서 "작년 중국 명품 시장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하며 그 원인으로 중국 소비 심리 위축, 해외 명품 소비 확대 등을 꼽았다.
유럽연합(EU)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타격도 예상된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에 부과하기로 한 50% 관세 부과를 1개월 이상 늦추겠다고 밝히며 관세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미국과 EU의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뿐 아니라 양측의 협상 조건도 바뀌지 않은 만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장인이 직접 만드는 명품에 50% 관세가 부과될 경우 럭셔리 기업들의 미국 매출이 크게 감소할 공산이 크다.
럭셔리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도 LVMH와 케링의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데믹 이후 과열됐던 명품 시장이 잠잠해지면서 명품 중에서도 희소 가치가 높은 에르메스, 샤넬 등 초고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중하위권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줄었다. 그동안 LVMH와 케링은 여러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택해왔던 만큼 기업에 소속된 중하위권 브랜드의 매출이 떨어지며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