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계속 오르는 장기 금리가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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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09 16:53 수정2025.06.09 16:53

[마켓칼럼] 계속 오르는 장기 금리가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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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계속 오르는 장기 금리가 불안해 보인다

[마켓칼럼] 계속 오르는 장기 금리가 불안해 보인다

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SKK GSB 교수

정상화되고 있는 채권 기간 프리미엄
4월 이후 주요 선진국 국채 장기금리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 국채 장기금리는 장기 국채 선도금리가 오르며 거의 수직으로 오르고 있다. 미국 달러로 헤징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일본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는 거의 7%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대장성, Michael Klein Overshoot

일본 대장성, Michael Klein Overshoot
그림 1: 일본 장기 국채 기간 프리미엄 급격히 상승
출처: 일본 대장성, Michael Klein Overshoot

일본 국채 장기금리의 상승은 아직까지는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을 벗어나며 나타나는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팬데믹 이전 일본경제의 총소득은 엔화기준으로 매년 0.2% 정도 상승하는데 그친 반면, 2022년 4/4분기부터 2025년 1/4분기까지 일본의 명목 GDP 성장률은 5%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원 물가상승률이 1.5%에서 2% 수준까지 상승하며 일본 경제는 마침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다.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시작한 일본은행은 2024년 3월부터 수익률 곡선 조정 프로그램(Yield Curve Control, YCC)의 10년물 금리 상한을 상향 조정하였고 양적확대(QE)를 위한 자산매입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였으며 작년 하반기부터는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초장기 국채 금리가 1.5% 이하 수준에서 마침내 반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뉴 노멀”
장기금리가 오르며 국채 금리의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급격히 확대되며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금리상승의 원인을 두고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과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과 금리차 축소는 팬데믹 이전부터의 자본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시장 데이터에 의하면 1900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의 실질 단기금리는 평균 0.9% 정도였고, 실질 중장기 국채금리는 1950년 이후 1.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기간 프리미엄은 평균 0.9% 포인트 수준이었다. 실질금리에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더하면 연준의 중립적 정책금리는 3%를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를 계속 밑돌면서 단기 중립금리는 전반적으로 0.5% 포인트 정도 낮아졌고 기간 프리미엄도 0.5% 수준으로 하락하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노멀” 수익률 곡선은 단기금리 2.5% 수준과 10년물 금리 3.0% 수준이었음을 의미한다.

경기순환국면에 따른 변동성과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돌던 상황을 고려하여 단기금리는 2.5% 중립금리 수준을 중심으로 아래쪽으로 2.0% 포인트 정도, 위쪽으로 1.5% 포인트 정도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연준의 단기금리는 0.5%~4.0% 정도가 “노멀”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장기금리는 중립금리를 중심으로 아래쪽 1.0% 포인트 위쪽 0.5% 포인트 변동성을 감안하면 2.0%~3.5% 수준이 “노멀”이었음을 알 수 있다.

US FED

US FED

그림 2: 미국 장기 국채 기간 프리미엄 급격히 상승
출처: US FED

그런데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수익률 곡선은 “뉴노멀”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 10년물 기간 프리미엄은 최근 0.9% 포인트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 10여년간의 0.5% 미만에서 1950년 이후의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단기금리가 1%~5% 수준 그리고 10년물 금리는 3%~5% 수준까지 한단계 상승한 구간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달러화의 움직임도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며 장기금리가 상승하였고 더욱이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관세정책으로 과거와 같은 달러화 강세 기조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관세부과 후 달러화는 오히려 절하되어 채권가격 하락과 달러 약세라는 보기 드문 조합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으로 쏠렸던 외국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외환 보유고의 포트폴리오를 달러 자산에서 금 등 기타자산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중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국채를 1조 천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일본 투자자들 자금의 미국으로의 유입이 둔화될 가능성은 대단히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최근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달러로 헤지할 때 7%까지 상승한 것은 미 국채의 상대적 매력도가 큰 폭 하락하였음을 의미한다.

현재 의회에 상정되어 있는 재정 관련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이미 심각한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안의 899조는 재무성이 미국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분류한 국가들로부터의 미국 자산 투자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고 세금 유보 비율을 20% 포인트까지 추가로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어 만일 현재 상태로 법안이 통과되면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세율 인상은 “마러라고 약정 (Mar-a-Lago Accord)”에 담긴 자본유입세에 해당하는 세금부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유입세는 미국으로의 과대한 자본유입이 무역적자 확대, 미 경제의 과도한 금융화와 제조업 공동화 및 그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를 초래했다는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 등의 이론에 기초하며 현재 대통령 경제수석인 스티븐 밀란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에 부과하는 세금을 부과하여 관세 수입과 더불어 세수 확대를 꾀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늦춰 달러약세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런데 자본유입세 부과는 기대 수익률을 하락시켜 달러 자산, 특히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위험이 지대하다. 더욱이 최근 일본의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미 국채는 최대 수요처인 일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 매력도가 이미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은 정책적 불확실성을 더욱 높여 미 국채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미 국채를 꾸준히 소화해왔던 일본 자금의 본국 회귀는 급격히 일어난다면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과 달러 약세로 이어져 대표적 무위험 자산인 미 국채시장의 일시적 기능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의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 일정과 물량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일본은행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채 매입 물량 축소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를 지속적으로 넘어서고 있어 일본은행이 양적긴축 프로그램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 수급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일본 장기국채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 베이비부머들의 기대 여생이 2000년대 초반 40여년에서 현재는 20년 남짓으로 하락하게 되면서 자산/부채의 기간 매칭을 위해 장기국채를 꾸준히 매입해야 했던 연금과 생보사들의 장기국채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장기국채 수요/공급의 균형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2024년 새로 도입된 규정에 의해 장기국채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했던 생보사들이 규정을 충족하게 되면서 더 이상 비중확대에 나설 필요가 없게 되어 장기국채 수요가 더욱 감소한 상황이다. 국방비 확대 등 재정지출 수요가 늘고 있는 일본정부가 국채 발행 일정과 물량 조정만으로 더 이상의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기금리는 정상화 과정을 넘어선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일본 장기금리의 움직임과 더불어 미국 금리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재정 관련 법안이 어떤 형태로 통과될 것인지와 그에 따른 재정적자 규모는 어떻게 될 것인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재정적자의 지속적 확대가 국채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미국정부는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처럼 재정지출의 대폭 삭감으로 통해 긴축재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아마도 다가올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조정 시한이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만일 의회가 정부의 부채 한도를 제때 상향 조정하지 못하면 미 재무성은 8월 중 현금 보유량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과거처럼 부채 한도가 기한을 넘겨 조정된다면 재무성은 재정적자를 메우고 현금 보유를 적정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일시에 국채 발행 물량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미 수요가 흔들리고 있는 국채시장이 일시에 늘어난 물량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본시장 변동성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과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낮았던 기간 프리미엄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장기금리의 상승 속도로 볼 때 필자에게는 이런 정상화 과정이 언제든 금융시장의 자본흐름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시스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외줄타기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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