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낮아지고, 신흥 강국 등장…세계 탁구, 상향평준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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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결산②] 대만·일본 약진…독일·스웨덴도 기지개
메달후보 남자복식은 ‘복병’ 이집트에 덜미

신유빈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16강 중국 쑨잉사와 경기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5.5.23 사진공동취재단

신유빈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16강 중국 쑨잉사와 경기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5.5.23 사진공동취재단
2025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나타난 국제 탁구의 트렌드는 상향평준화다. 한국 탁구는 동메달 2개와 함께 숙제도 받아들었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2025 도하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이 혼합복식 동메달, 신유빈-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가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주축 선수들이 물러난 후 맞이한 세대교체 과도기 속에도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이다. 세계 탁구가 상향평준화 되면서 복병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유럽에선 프랑스가 신흥 강호로 떠올랐고, 전통의 강호 독일과 스웨덴도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일본과 대만도 중국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복병들의 기세에 중국도 놀랐다. 중국은 지난해 2024 파리올림픽 이후 남자부 마룽과 판젠동, 여자부 천멍이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멤버 변화가 컸다. 대신 남자부 린스둥(세계랭킹 1위)과 여자부 콰이만(5위) 등 새 얼굴들이 대거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새 얼굴들은 기존 중국 에이스인 왕추친, 쑨잉샤, 왕만위와 비교하면 실력이 한참 밑이다.

그 여파는 ‘천하의 중국’이 일격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중국은 남자복식에서 린스둥-린가오위안이 8강에서 린윤주-가오정지(대만)에 충격패를 당해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혼합복식에서도 린스동-콰이만이 8강에서 요시무라 마하루-오도 사쓰키(일본)에 일격을 당해 고배를 들었다.

탁구 남자대표팀 오상은 감독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대학교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복식 64강 경기를 펼치는 임종훈(오른쪽), 안재현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5.5.19 사진공동취재단

탁구 남자대표팀 오상은 감독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대학교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복식 64강 경기를 펼치는 임종훈(오른쪽), 안재현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5.5.19 사진공동취재단

한국도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메달까지도 기대했던 남자복식 임종훈(한국거래소)-안재현(한국거래소)은 32강에서 모하메드 엘베이알리-유세프 압델라지즈(이집트)에 패배, 예상보다 일찍 짐을 쌌다.

아직은 탁구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던 이집트는 한국을 꺾은 뒤에도 승승장구해 8강까지 올랐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은혜(대한항공)-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여자복식 16강에서 정이징-리유준(대만)을 잡았고, 안재현(한국거래소)이 남자단식 16강에서 파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펠릭스 르브런(프랑스)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유빈-유한나는 결성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자복식 8강에서 세계 1위 오도 사쓰키-요코이 사쿠라(일본)를 잡는 기염을 토했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쑨잉사와 왕추친. 2025.5.25 사진공동취재단

임종훈과 신유빈이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쑨잉사와 왕추친. 2025.5.25 사진공동취재단
랭킹과 인지도에 상관없이,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중국조차 이변을 허용할 정도이니 한국도 강세인 복식에서도 예선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은 “요즘은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 발달해 변방이라 불리던 나라들도 잘하는 선수의 영상을 면밀히 분석, 기술을 금방 따라 한다”면서 “이번 대회에 와서 보니 똑같이 구사하기엔 아직 수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한 탁구계 관계자 역시 “32강 이후만 돼도 중국 경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기가 6~7게임까지는 갔다. 그만큼 승패가 쉽게 결정 나지 않는다. 미묘한 차이에서 승부가 나니 기본기와 멘탈 등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쫓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격자들의 견제까지 받아야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 탁구는 더욱 면밀히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기본기는 물론 새 트렌드에 맞는 전략 수립, 최상의 복식 조합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과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은 이미 도하 대회 이후 훈련 계획에 머리가 복잡하다. 오 감독은 남자부 선수들의 라켓 컨트롤과 수비 등 기술 위주의 훈련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석 감독은 포핸드 공격 위주의 빠른 탁구의 이식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도하(카타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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