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록 4.5, 앤스로픽 절반 가격
커서와 손잡고 코딩 특화
AI 경쟁 성능서 비용으로
안보 심사는 여전히 변수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장 공략 카드로 ‘고성능 반값 모델’을 꺼냈다. 스페이스X의 AI 사업 부문인 ‘스페이스X AI’는 8일(현지 시간)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와 공동 개발한 새 모델 ‘그록 4.5’를 공개하며 앤스로픽 상위 모델의 절반 이하 이용료를 제시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토큰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을 겨냥해 성능 경쟁보다 가격과 효율을 앞세운 행보다.
스페이스X AI가 공개한 그록 4.5 이용료는 AI가 텍스트를 처리하는 단위인 토큰 100만 개당 입력 2달러, 출력 6달러다. 앤스로픽의 상위 모델 ‘오퍼스 4.8’의 이용료가 입력 5달러, 출력 25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입력은 절반 이하, 출력은 4분의 1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 “오퍼스급 모델이지만 더 빠르고 토큰 효율은 약 두 배 높으며 가격은 더 낮다”고 밝혔다. 최고 성능 경쟁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낮은 이용료와 토큰 효율을 내세워 기업 시장의 비용 부담을 파고들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그록 4.5는 스페이스X와 커서가 함께 개발한 첫 모델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커서를 600억 달러 가치로 평가하고 인수에 합의했다. 월간 이용자 약 700만 명을 보유한 커서는 개발자들의 실제 작업 과정이 축적된 대규모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록 4.5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코딩은 물론 금융·법률 분야의 시간 소모가 큰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우주항공 등 진출한 분야마다 선두권에 오른 머스크에게도 AI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로 평가됐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AI 회사 xAI가 코딩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고 인정한 뒤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xAI는 2월 스페이스X와 합병했고, 스페이스X는 지난달 75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 자금은 커서 인수와 월가 금융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중국산 저가 AI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고, 토큰 사용량이 많은 AI 에이전트 도입도 늘면서 AI 시장의 경쟁 무게중심은 최고 성능에서 비용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특정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탑재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비중이 올해 말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5%에도 못 미쳤다.
코딩 특화 모델 그록 4.5에는 해킹 악용을 막기 위한 제한도 붙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그록 4.5 같은 최첨단 AI의 국가안보 위험을 공개 전 최대 30일간 검증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낸 여파다. 앤스로픽은 새 모델 2종을 공개 며칠 만에 철회했다가 승인 뒤 다시 내놨고, 오픈AI도 신형 모델을 정부 승인 고객에게 먼저 공급했다. 정부 심사가 출시와 영업 일정을 좌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서는 “취약점을 찾고 고치는 정상 보안 작업은 허용하되, 시스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악의적 명령은 차단하겠다”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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