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최저가 기다리며 ‘즉흥 여행’ 선호… 도심 호캉스 ‘스테이케이션’ 급증
여행 대신 쇼핑몰에서 ‘몰캉스’… ‘어떻게 머물고 싶은가’ 초점 둬야
2025년 여름 직장인 김모 씨는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이른 휴가를 계획했다. 하지만 출발을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도 여행지를 정하지 못한 채 “아직 고민 중”이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숙소와 교통편 예약은 물론이고 맛집 리스트까지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할 시기인데 왜 이렇게 결정이 늦어지고 있을까? 최근 들어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모습은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첫째, 멀리보단 가깝게, 계획적이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떠나는 휴가가 늘고 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의 조사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 기간은 ‘3∼4박’(39.7%)과 ‘1∼2박’(38.2%)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짧은 여행이다 보니 계획을 미리 세우기보다는 막바지까지 기다리거나 최저가가 나오면 떠나는 ‘즉흥 여행’을 한다. 심지어 여행 날짜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목적지조차 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로이터는 올여름 미국인 여행객의 가장 큰 트렌드로 ‘할인 기다리기’를 언급했다. 에어비앤비 역시 소비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 기대하며 체크인 직전까지 예약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주요 배경으로 올해 유난히 긴 연휴가 많아 휴가 수요가 분산된 점을 꼽을 수 있다. 5월과 10월에 연차를 활용하면 장기 여행이 가능한 ‘황금연휴’가 포진해 있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거나 혹은 계획 중이다. 자연스럽게 여름휴가는 ‘메인 이벤트’가 아닌 짧은 호흡으로 즐기는 ‘서브 휴가’로 재편된다.
경기 불황의 영향도 크다. 이는 휴가 지출 계획에도 반영되고 있다. PMI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인당 휴가 예산은 ‘30만 원 안팎’이 가장 많았고 20만 원, 50만 원대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사람들이 여행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휴가 트렌드의 변화는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집이나 근처에서의 휴가가 늘면서 캠핑 가전, 집 꾸미기 소품 등 일상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배달앱 거래액은 7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멀리 떠나는 휴가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재구성하고 공간을 재편하며 비용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초점도 바뀌어야 한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를 묻는 대신 ‘어떻게 머물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의 휴식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아이디어,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섬세한 경험 설계 속에서 불황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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