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 있습니다.”
진인혜 엘레바테라퓨틱스(HLB그룹 미국 자회사) 이사는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기존 챕터였던 ‘HLB 1.0’의 마지막 퍼즐인 신약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이사는 진양곤 HLB그룹 회장의 장녀로, 그룹의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2021년 처음 그룹에 합류한 뒤 2023년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거쳐 올해부터 엘레바테라퓨틱스에서 간암 신약 인허가 및 리보세라닙 라이선스아웃(LO)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HLB는 ESMO 2025에서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중국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무사건생존기간 중앙값(mEFS)은 19.4개월에서 42.1개월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주요 병리학적 반응(MPR) 또한 7.5% vs 35.1%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진행성 간암 1차 환자뿐만 아니라 수술이 가능한 초기·중기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간암 전 단계 치료 옵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진 이사는 “이번 병용요법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미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연구 성과가 글로벌 바이오파마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이제 나아가려는 HLB 2.0은 단순 개발을 넘어 자체 신약을 보유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단계”라며 “이 단계에서 엘레바테라퓨틱스는 HLB그룹 글로벌 전략의 핵심적 역할을 맡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완요구서(CRL)를 해소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1년간 FDA에 간암 신약과 리라푸그라티닙 담관암 치료 신약허가(NDA) 신청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가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1상 중간데이터도 HLB 2.0에 속도를 낼 핵심 요소로 봤다. 진 이사는 “1상 중간 데이터의 성공 기준은 ‘의미 있는 항암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 옵션이 고갈된 불응성 및 재발성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에서 양호한 안전성과 의미 있는 유효성을 보이게 된다면 기존 CAR-T 대비 탁월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LB 그룹이 여러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축한 수직계열 기업(VLBP) 구조의 이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VLBP 구조는 성공할 경우 막대한 매출이 기대되지만 개발 기간이 긴 신약 사업과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단기 매출 사업을 함께 운영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며 “M&A를 통해 바이오제약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했고 기초 연구부터 임상, 생산, 상업화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통합형 바이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 이사는 베리스모테라퓨틱스와 엘레바테라퓨틱스에서의 경험이 향후 그룹 경영에 있어 어떤 도움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스타트업에서처럼 다양한 직무를 근거리에서 보며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대답했다. 커다란 생태계를 작은 조직에서 한 몸에 느낄 수 있었다는 취지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임상 개발 및 제조품질관리(CMC) 경험이 향후 그룹 경영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LB 그룹이 미충족 의료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기업으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진 이사는 “예를 들어 잠재력이 엄청난 CAR-T의 경우 체외에서 공정이 안 되는 만큼 품질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한계가 크다”면서도 “이런 한계를 극복해 환자들의 니즈를 극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휴먼 라이프 베터(Human Life Better·더 좋은 삶)’라는 HLB 그룹의 모토처럼 미충족 의학 수요가 높거나 환자 접근성이 제한된 치료 영역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의약품의 공평한 접근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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