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신고 올해만 8천건
이미 작년치의 절반수준 달해
대다수는 싱크홀 아닌 포트홀
시민들의 사고 불안감 반영돼
전문가 "오인 신고도 데이터
위험 예측 도구로 활용해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여름 도로에 싱크홀(지반침하) 전조 현상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있다며 구청에 민원을 냈다. 구청이 현장 확인에 나선 결과 해당 흔적은 폭염·강수로 인한 포트홀(도로 파임)로 판단됐고, 즉각 보수 조치가 취해졌다. A씨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 밑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늘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땅 밑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반침하 관련 민원은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은 실제 지반침하와 무관한 신고지만, 대형 사고 이후 바닥 균열에 민감해진 시민들의 경계심리가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전국 공공기관에 접수된 지반침하 관련 민원은 총 8085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만 민원 3563건이 쏟아졌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이 1만6011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는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작년 연간 기록의 50.5% 수준에 이른 셈이다.
이처럼 민원이 급증한 배경에는 명일동 싱크홀 사고의 교훈이 깔려 있다. 지난해 3월 24일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는 가로 18m, 세로 20m, 깊이 18m 규모 싱크홀이 생겼다. 4차로에 걸쳐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추락사했다.
이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와 강동구에 '바닥에 금이 갔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은 시민들의 경각심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후 아스팔트 도로 표면이 갈라지거나 움푹 파이는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됐다.
다만 접수되고 있는 민원 대부분은 실제 지반침하와 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량 하중이나 온도 변화에 따라 아스팔트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포트홀 현상을 지반침하의 전조 현상으로 오인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포트홀은 노면 포장의 노후화나 물리적 충격 등으로 도로 표면이 갈라지거나 꺼지는 현상으로, 지하 공동(空洞)이 원인인 지반침하와는 발생 구조가 다르다.
민원이 늘어나는 만큼 실제 위험 징후를 가려내는 공공의 대응 역량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쇄도하는 신고 속에서 진짜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면 접수 단계에서부터 위험도를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인 신고라 하더라도 이를 단순히 걸러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축적된 신고 데이터를 지역별·유형별로 분석해 잠재적 위험 지역을 사전에 특정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접수된 민원 상당수는 오인 신고로 보이지만, 초기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데 시민의 제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민원·신고를 선별·분석해 위험도를 분류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을 공공안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 지반 안전 관리의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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