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운영을 중단했다. 전쟁, 테러, 팬데믹 속에서도 꿋꿋이 문을 열던 세계적 명소가 ‘과잉 관광(mass tourism)’에 지친 직원들의 집단 파업으로 멈춰 선 것이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운영 중단 당일 루브르 박물관 앞은 입장권을 손에 든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박물관 입장을 못하고 줄지어 서 있었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온 관광객 케빈 워드(62)는 “이곳은 말 그대로 ‘모나리자의 신음소리(Mona Lisa moan)’가 들리는 장소였다”며 “그녀도 쉬는 날이 필요했나 보다”라고 허탈함을 전했다.
이번 파업은 갤러리 안내 요원, 매표소 직원, 보안 인력 등이 참여한 ‘자발적 집단행동’이다. 주된 이유는 ▲끝없는 관광객 행렬 ▲만성적인 인력 부족 ▲노후한 시설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다.
루브르는 하루 평균 2만명, 연간 약 87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하지만 직원들의 처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직원은 AP통신에 “작품을 감상하기는커녕 휴식 공간도,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하며, 온도 조절도 안 되는 박물관 안에서 매일같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물관 안내 요원 사라 세피안은 AP통신에 “작품을 보호하는 우리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 미술관의 문제는 단순히 작품 전시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이미 누수·온도 불안정·방문객 안내 부족·화장실 부족 등 문제가 누적돼 있었다. 유출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박물관 일부는 “더 이상 방수가 되지 않는 상태”로, 외부 기온 변화가 예술품을 위협할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물관장 로랑스 데카르는 이를 “물리적 고통(physical ordeal)”이라 표현했다.
이번 파업은 2013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지만,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전면 중단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부 직원은 오후 한때 주요 대표 작품만 감상할 수 있는 ‘마스터피스 루트’를 제한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화요일 정기 휴관일을 거쳐 수요일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