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 가슴뼈에 닿을 정도로 심하게 비틀린 이란 남성의 충격적인 사례가 국제 의학계에 보고됐다.
국제 의학 저널 ‘Clinical Case Reports’는 지난달 22일, 23세 이란 남성 A 씨의 ‘머리 떨어짐 증후군(DHS, Dropped Head Syndrome)’ 발병 사례를 공개했다.
A 씨는 약 1년 반 동안 점차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결국 턱이 가슴뼈에 닿을 만큼 심각한 자세 이상이 나타났다. 그는 근육 질환이나 외상 병력도 없었으며, 목 통증과 팔 저림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경추 3~5번 부위에 휘어짐(후만측만)과 퇴행성 변화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DHS 진단을 내렸다. 이는 주로 신경근육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 증상이다.하지만 A 씨는 별다른 신경계 질환이 없었다. 의료진은 그의 병력과 생활 습관을 추적한 끝에, 장기간 약물 남용과 비정상적인 자세가 원인이었음을 밝혀냈다.
그는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헤로인, 아편, 암페타민 등에 중독된 전력도 있었다.
그는 약물을 투여한 뒤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인 자세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경추가 점점 굽고 비틀어져 결국 DHS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은 “약물이 직접적으로 근육이나 뼈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라며 “약물 복용 중 장시간 유지된 나쁜 자세가 점진적인 경추 변형을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의 상태는 단순한 자세 교정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세 단계에 걸친 대규모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그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됐으며, 1년 뒤에는 목의 정렬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번 사례는 기존 의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발병 경로를 제시했다.
기존 DHS는 주로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 질환이 원인이었지만, A 씨는 기저 질환 없이 약물 남용과 잘못된 자세만으로 증상이 발현된 사례다.
의료진은 “약물 남용과 자세 문제의 결합이 목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약물 사용력과 자세 습관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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