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6일 한국 증시에 던진 경고는 제법 매서웠다. 지난 1년간 165% 올라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 시장이 자칫 '오징어 게임'처럼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상승 이후 외국인이 먼저 빠져나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개인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 이 신문은 그 광경을 카지노에 비유했다.
숫자만 보면 과장은 아니다. 올 상반기 코스피에서 변동성완화장치(VI)는 2만9000회 이상 발동돼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7월 8일,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들어섰다. 반도체 랠리와 레버리지 ETF, 외국인 리밸런싱(재조정)에 중동발(發) 유가 불안이 겹친 결과였다. 그 뒤로 하루 6%씩 오르내리는 장이 예사가 됐다.
이 국면에서 걱정되는 것은 두 개의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이 한 단어로 묶이는 일이다. 업황 피크아웃은 수요와 가격, 이익의 방향이 꺾이는 문제이고, 주가 피크아웃은 기대의 '속도'가 둔화하는 문제다. 실적만 보면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주가는 7일 2분기 실적 발표 당일 7% 가까이 하락했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탓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던진 다음 질문 때문이었다.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가."
주식시장은 오늘의 이익보다 내일의 변화율을 먼저 본다. 이 논리를 가장 날카롭게 지적한 곳이 모건스탠리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그날 보고서에서 D램 가격 상승률 둔화, 재고 개선 정체, 이익 전망 상향 폭의 정점을 들어 '변화율의 정점'을 진단했다.
2024년 '겨울이 온다' 보고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내려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린 곳임을 떠올리면 시장이 왜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짐작이 간다. 다만 같은 보고서도 업황이 꺾인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판단의 열쇠로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설비 투자를 꼽았다.
메모리 피크아웃 우려 자체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자본 집약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큰 산업이라 공급이 조금만 넘쳐도 가격은 빠르게 무너진다. 그런데 이번엔 결정적으로 다른 변수가 하나 있다. AI 인프라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길수록 메모리 병목은 오히려 넓어진다. 단기 소비재 사이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다.
공포의 진원은 단어 하나였다. 블룸버그가 이달 1일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검토를 전하며 쓴 '잉여(excess) 컴퓨팅 자원'. 남아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AI 인프라가 과잉으로 돌아섰다는 공포에 이튿날 SK하이닉스는 하루 14% 넘게 하락했다. 정작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메타에 남는 처리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결국 판가름할 것은 실적 시즌에 곧 드러날 빅테크의 자본지출 가이던스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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