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힘빼고 “하아~” 하품으로 성대 열면 ‘고음불가’ 탈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3 hours ago 3

꽃중년 남성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
음치 원인 제각각… 맞춤 처방 필요
성대 근육 약하면 목에 힘주게 돼… 허밍으로 높은 음 먼저 잡으면 도움
목구멍 좁아서 고음 내기 어렵다면… 평소 하품하듯 말하는 연습해야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 원장(왼쪽)과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운데)가 고음 개선을 도와줄 오 원장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 원장(왼쪽)과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운데)가 고음 개선을 도와줄 오 원장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고음이 안 나와 노래방에 가기 싫어요.”

하태국 포근한맘요양병원 원장은 학창 시절 음악 실기시험에서 항상 최저 점수를 받았다. 고음이 잘 안 올라가 노래 부르는 자리에선 늘 주눅이 들었다.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고음 불가’ 두 중년 남성이 음치 탈출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다.

도움을 얻기 위해 목소리 해결사인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을 만났다. 오 원장은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 주치의로 잘 알려져 있다. 오 원장은 ‘50대도 고음이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의 대답은 대부분 ‘그렇다’이다. 오 원장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목소리의 노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면서도 “성대 근육의 효율을 높이고 잘못된 발성 습관을 고치면 목소리 울림을 최적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나이 들면 성대 근육도 약해져

흔히 고음을 내려면 호흡을 강하게 밀어붙여 힘으로 높게 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고음이 부드럽게 나오려면 성대 주변 근육들이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고음이 날 때 성대는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길고 얇아져야 하고, 동시에 성대 본체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떨려야 한다. 여기에 숨을 밀어내는 압력과 목 안의 울림 공간, 그리고 목 주변의 안정감까지 삼박자가 균형을 이뤄야 비로소 편안한 고음이 완성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다른 근육처럼 성대 근육도 힘이 빠지고 부피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성대 근육이 약해지면 성대가 빈틈없이 딱 맞물리지 못해 음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면 우리 몸은 부족한 힘을 메우기 위해 턱이나 목 주변 근육을 무리하게 끌어 쓰게 된다. 흔히 노래할 때 ‘목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다’고 느끼는 현상이 바로 이 때문이다.

● ‘고음 불가’ 원인 따라 맞춤형 처방 필요

하 원장과 기자는 성대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또 성대가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성대 접촉률 검사(EEG), 낼 수 있는 음의 범위를 점검하는 발성 범위 검사(VDC) 등을 받았다.

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두 사람 모두 ‘고음 불가’라는 똑같은 증상을 호소했지만, 그 원인은 완전히 달랐다. 획일적인 고음 훈련이 효과를 보기 어렵고, 원인에 맞는 맞춤형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하 원장은 낼 수 있는 음역 자체는 충분히 넓지만 높은 음에서 안정성이 뚝 떨어지는 유형이었다. 검사 결과 약해진 성대 속 근육을 대신해 목 주변 근육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 숨을 거칠게 밀어내는 버릇이 확인됐다. 이런 사례는 음을 더 높이 올리는 훈련이 아니라 목의 힘을 빼고 성대 속 근육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기자는 근본적으로 낼 수 있는 음역 자체가 좁아 고음역으로 진입조차 못 하는 상태였다. 소리를 낼 때 목 안(인두) 공간을 너무 좁게 쓰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성대가 길게 늘어나며 팽팽해질 틈도 없이, 고음으로 넘어가기 전 목구멍과 소리 통로가 먼저 꽉 막혀 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유형은 소리가 지나가는 목 안의 울림 공간을 넓혀주는 음역 확장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

● “성대가 촉촉해야 고음 발성 유리”

하태국 포근한맘요양병원 원장(왼쪽)이 고음 훈련 전 성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에게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하태국 포근한맘요양병원 원장(왼쪽)이 고음 훈련 전 성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에게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오 원장은 기자에게 평소에 목소리를 넓게 쓸 것을 권했다. 목구멍을 열어줘야 하는데 구조상 소리를 납작하게 내고 있어 고음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특정 고음(2옥타브 레, 미) 부근에서 막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원장은 “납작한 소리를 넓히기 위해 평소 하품 할 때 나는 ‘하아∼’ 소리를 늘 염두에 두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하 원장에게는 ‘음∼아’ 소리를 내며 콧노래를 부르는 허밍 훈련 처방이 내려졌다. 높은음들을 먼저 허밍으로 편안하게 잡은 뒤 이를 실제 소리로 바꾸는 연습을 통해 평소 나지 않던 고음을 부드럽게 낼 수 있도록 숙제를 준 것이다.

평소 고음 관리를 위해서는 성대 주변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음을 낼 때 성대는 초당 440번 이상 진동하기 때문에 마찰열이 생기기 쉽다. 일상에서 배추나 오이처럼 수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성대에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 원장은 “고음은 타고난 신체 구조와 발성 습관, 후천적 노력의 합작품”이라며 “타고난 조건이 출발점을 결정할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자신의 발성 패턴을 얼마나 정확하게 교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음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확한 의학적 진단과 과학적인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성대도 평생 단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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