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
美 자산 직접 사용 긍정적 검토중
핵시설 타격 위해 벙커버스터 배치
이스라엘, 이란 대규모 공습 이어가
佛 마크롱 “美 개입 혼란 초래할것”
이란軍 “곧 이스라엘에 징벌 작전
美 전쟁 개입시 미군기지 보복타격”
“인내심은 바닥났다. 무조건 항복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강요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행방이 묘연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항전 의지를 불태웠지만, 전황을 바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이란 군사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폭스뉴스에 “이번 NSC에서 이란 핵시설을 포함한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격 등 미국의 적극 개입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란 최고지도자의 은신처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CNN과 액시오스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자산 직접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경 발언에 맞춰 이란 수도 테헤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갔다. 공습이 이어지자 테헤란 시민들의 대피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은 전투기 50대 이상을 동원해 원심분리기와 무기 생산시설을 공습했다.
취임 초 이란과 협상 의지를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과 양보 없는 이란의 협상 태도에 대한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30대 이상의 공중급유기, F-16·F-22·F-35 등 전투기를 추가 배치했다. 게다가 지하 깊이 있는 이란 핵시설 타격을 위해 벙커버스터 폭탄 GBU-57과 이를 운반할 B-2 스텔스 폭격기 배치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여론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군과 정부가 (공습을) 실행할 결단을 내린 데 최대한의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 “이스라엘군은 무기 부족으로 임무를 마칠 수 없고 필요한 무기는 미국이 갖고 있다”면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촉구했다.
확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정권 교체를 위한 군사 공격은 최악의 실수”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개입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미국의 전면 개입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중동 문제 중재를 자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과 관련한 중동 위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한편 이란 하메네이는 18일 새벽 엑스(X·옛 트위터)에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알라의 도움과 임박한 정복이 있을 것’이라는 쿠란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알라의 뜻에 따라 시온주의 정권을 물리칠 것”이라고 밝혔다.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 군참모총장도 “지금까지 수행된 작전은 억제를 위한 경고였으며, 징벌 작전이 곧 수행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보복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꿀 정도의 이란의 반격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역량이 현격히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영토가 떨어져 있는 이란 입장에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외엔 이스라엘을 타격할 방법이 없다. 이스라엘방위군(IDF) 관계자는 작전으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중 약 40%인 약 200대가 파괴되거나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분쟁 첫날인 지난 12일 이란은 150발 이상을 발사했으나 17일 오후 단지 10발을 쏘아올리는 데 그쳤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영공권을 장악한 만큼 이란이 매우 불리항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예멘의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도운 것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개입해 이란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는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지도자들을 대부분 제거한 만큼 친이란 세력 공동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