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안정감 장착… 원태인과 국가대표 원투펀치 예약

7 hours ago 5

문, 후반기 7경기 평균 6이닝 투구
평균자책점도 2.14로 빼어난 활약
문-원, 3점대 평균자책점에 11승
내년 WBC 선발투수 기대감 커져

문동주(왼쪽), 원태인.

문동주(왼쪽), 원태인.
한화 오른손 투수 문동주(22)는 6일 대구 삼성전에서 삼진 9개를 잡고도 팀 ‘맏형’ 류현진(38)에게 뒤통수를 살짝 맞았다. 7회말 올 시즌 홈런 선두 디아즈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뜬공으로 잡아냈으나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지 않은 강민호를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결국 7회말 주자 3명이 홈을 밟으며 삼성은 5-4까지 추격했다. 한화는 8회초 두 점을 달아나며 결국 7-4로 승리했다. 하지만 앞선 7회초에 1점을 더 뽑아준 타선이 아니었다면 문동주와 팀의 승리 모두 위태로울 뻔했다. 볼넷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순간이었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이 늘 이른 카운트에 굳이 힘들여서 삼진 잡으려고 하지 말고 맞혀 잡으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볼넷을 내줬다”며 류현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며 웃었다.

류현진의 ‘시어머니 노릇’에는 이유가 있다. 문동주는 2023년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시속 160km를 찍으며 주목받았지만 강한 임팩트에 비해 안정감은 부족했다. 2023, 2024시즌 연속해 평균 5이닝을 겨우 넘기며 에이스의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는 이닝 소화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견갑골 부상까지 겹치며 7승 7패에 평균자책점이 5.17이라는 평범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진을 의식하다 보니 투구 수가 늘어나고, 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문동주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가지고도 컨디션 난조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의 속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장착한 올 시즌에는 한층 안정감이 생겼다. 문동주는 이날도 6과 3분의 1이닝 동안 피안타 4개, 볼넷 1개만 내줬다. 마운드에 있는 동안에는 디아즈에게 허용한 솔로포가 유일한 실점이었다. 경기 내내 최고 시속 159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를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시작한 문동주는 150km대 강속구에 120∼130km대 커브, 130∼140km대 포크볼을 결정구로 섞어 던졌다.

문동주는 올 시즌 후반기 7경기에서 평균 6이닝 투구에 평균자책점 2.14로 4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성적만 보면 문동주보다 좋은 투구를 한 선발 투수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팀 동료 폰세뿐이다. 문동주의 전반기 성적은 7승 3패, 평균자책점 3.75였다.

류현진의 가르침을 받으며 달라진 문동주는 이제 한화를 넘어 국가대표급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구위와 제구 모두 업그레이드된 문동주는 프로야구 팬들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원태인(25·삼성)과 국가대표 ‘원투 펀치’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에 11승으로 토종 선발 투수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는 이미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4세 이하 아시아 선수들의 국가대항전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승, 준우승을 합작한 경험도 있다. 두 선수의 성장은 수준급 선발 투수 부재로 최근 국제대회에서 고전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2013년 제3회 WBC부터 2023년 5회 WBC까지 세 대회 연속 1회전에서 탈락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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