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로봇 급증에도… 이차전지 규제 사각지대

2 hours ago 2

쿠팡센터 리튬 배터리 로봇 수백대
직접 불길 안 닿아도 ‘열폭주’ 우려
‘특수가연물’ 지정 일차전지와 달리
이차전지, 수량-방화구획 규정 없어

21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지난 18일 발생한 화재를 소방당국이 장비를 이용해 진압 하고 있지만 연기가 계속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지난 18일 발생한 화재를 소방당국이 장비를 이용해 진압 하고 있지만 연기가 계속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큰 불길은 잡혔지만 소방 당국은 발화 지점 아래층에 있는 전기차 20대 분량의 리튬 배터리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나흘째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가 있던 5층 상부에는 이미 불이 붙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뻔했다. 물류센터와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산업 현장에 배터리를 단 로봇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기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산업로봇 느는데 배터리 화재 기준은 느슨해

21일 소방 당국은 1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한 화재로 발령했던 국가소방동원령을 일부 해제한 뒤 진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초점은 리튬 배터리를 탑재한 물류용 로봇 수백 대가 배치된 4층과 5층으로 잔불이 확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는 직접 불이 닿지 않아도 주변의 열기가 전달되면 스스로 뜨거워져 불길을 잡기 어려운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특히 소방 당국은 5층까지 불이 번질 경우 인근 석유화학 공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리튬 배터리는 일회용인 일차전지와 충전해서 여러 번 쓰는 이차전지로 나뉜다. 문제는 물류 로봇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화재 안전 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4년 6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금속 리튬을 사용하는 일차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는 화재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 5월 입법 예고했다. 불에 강한 창고 안에 일정량 이하만 보관하게 하고, 곳곳에 방화문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이르면 올 12월 시행된다.

반면 리튬 이차전지는 이 규정에서 제외됐다. 보관량 제한이나 별도 방화구획 설치 같은 강제 기준 없이 사실상 일반 가연물과 같은 수준의 화재 안전 기준만 적용받는다. 이차전지가 물류 로봇뿐만 아니라 전기차 등 국민 생활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고, 한국의 핵심 산업인 만큼 규제가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가 대량으로 모이는 시설에 한해서라도 방화벽을 추가하거나 다른 가연물과 떨어뜨려 보관하는 등 최소한의 관리 기준을 새로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화재에서도 로봇 제어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아 배터리를 밖으로 빼낼 수 없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만약 하부층에서 시작됐다면 열기가 (리튬 배터리가 보관된) 4, 5층으로 확산했을 수 있다”며 “다량 취급 시설에는 관리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3년 전에도 큰불… “피해 수천억 원 이를 듯”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석남동 물류센터는 건물 사용승인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2023년 8월 15일에도 불이 났다. 당시 지하 1층에서 시작한 불이 번져 관할 소방서가 총출동하는 대응 1단계가 발령된 후에야 진화가 완료됐다. 준공 후 소방 점검에서는 매번 스프링클러와 자동 화재 탐지 설비 등에 불량 판정이 내려졌고, 올해 2월 점검에서도 화재감지기 배관 연결부 이탈 등 25건의 지적을 받았다.

한편 이번 화재에 따른 피해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 땐 피해액이 총 3400억 원이었는데, 이번 물류센터는 면적이 2.3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또 쿠팡 직매입 상품 외에 판매자가 보관·배송을 맡긴 ‘로켓그로스’ 상품도 함께 보관돼 있어 소상공인 피해 보상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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