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각국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만큼 연구 초기 단계부터 대학과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전형 인재' 양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로저 보네케이즈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UT Austin)의 코크렐 공과대학 학장은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은 최근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어 제품 상용화까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소재, 제조공정, 설계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과 선제적인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훌륭한 교수진과 최첨단 시설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기업과 부딪히면서 연구를 하는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코크렐 공대의 모든 학생들은 최소 한번 이상의 인턴십 등의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대표 명문대학인 텍사스대의 코크렐 공대는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양자공학 등 최첨단 산업 인재 양성소로 주목받고 있다. 텍사스가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면서 오늘날 애플,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 등과 같은 혁신기업 창업을 꿈꾸는 공학 인재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텍사스주 정부가 글로벌 테크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과 같은 유인책을 제공해 테슬라와 오라클, 휴렛패커드 등이 본거지를 텍사스로 이전시킨 노력이 있었다.
코크렐 공대는 미국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조사에서 미국 내 공과대학 학부 순위에서 2023년 11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대학원 순위에선 7위를 유지했다. 지난 5년간 확보한 연구비도 30% 정도 증가했다. 매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연구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미 전역 공대 중 3~4위권 순이다.
보네케이즈 학장은 코크렐 공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활발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로봇, 로켓 등 최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 대해선 각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산학협력의 끝판왕은 2021년 설립된 텍사스전자연구소(TIE)다. TIE는 텍사스주를 비롯한 반도체 및 방산기업, 국립 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컨소시엄이다. 원래 공대 산하 반도체 장비 중심 연구센터였다가 2021년 첨단 패키징을 위한 3D 이기종 통합 연구를 위해 독립 출범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출신을 비롯해 교수진, 벤처캐피탈리스트 등 각계에서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출범 4년 만에 주 정부와 기업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만 5억5200만 달러(약 7700억원)에 이른다. 7800㎡의 최첨단 클린룸 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엔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14억 달러(약 1조96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해 오스틴 내 몬토폴리스 연구 센터를 최첨단 반도체 연구센터로 바꿀 예정이다. 보네케이즈 학장은 "오는 하반기부터 최첨단 시설에서 최우수 공학도들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학문간 교육이 활성화돼있다는 점도 코크렐 공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예를 들면 화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학문을 전공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반도체와 같은 공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식이다. 보네케이즈 학장은 "학생들이 다방면의 분야에 탐구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췄다"며 "화학 전공자더라도 반도체 공학을 접하면 상호 이해도가 높아지고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지적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특정 분야에 대해 기술적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네케이즈 학장은 이를 통해 텍사스가 반도체 제조 허브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들이 텍사스로 본거지를 이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몇년 새 반도체 산업에서 텍사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텍사스는 계속 성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