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둔 미국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좋다"며 미국 현지 투자시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출을 허용할 것임을 시사한데 따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와 여야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자동차에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절대 허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에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훌륭할 것"이라며 "그것은 매우 좋다. 중국도, 일본도 들어오게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노력해온 미국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3사뿐 아니라 도요타, 현대 등 현지에 주요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에도 영향이 클 수 있다.
아직까지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 엄격한 데이터 보안 규정과 100%를 넘는 관세를 통해 중국 전기차의 수입을 막고 있다. 그러나 수입이 아닌, 미국 직접 진출을 통해 '미국내에서 생산한'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팔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 철강업체, 노동조합, 정치인들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무제한적인 국가 지원, 대규모 생산 능력, 전기차 기술 우위, 초저가를 앞세워 미국 제조업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시간주 출신의 민주당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은 지난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과 중국 자동차의 미국 자동차 시장 진출 허용에 대한 투자 계약을 절대 체결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슬롯킨 의원은 중국산 차량의 수입을 막기 위한 초당적 법안을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와 함께 발의했다. ‘연결 차량 보안법’( Connected Vehicle Security Act)이라는 명칭의 이 법안은 중국산 차의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중국산 차량의 판매 금지와 관련된 데이터 규정을 법제화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기업과의 산업 제휴도 금지하고 있다. 의회 관계자들은 이 법안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면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으며, 교통 예산안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량은 위치, 이동, 사람, 기반 시설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움직이는 데이터 수집 장치이며, 중국산 차량이나 부품이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데비 딩겔(민주당)과 존 물레나르(공화당) 하원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밝혔다.
현재 하원 민주당 의원 74명과 하원 공화당 의원 52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불허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및 미국내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 자동차 딜러, 부품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지난 3월 중국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세계 경쟁력, 국가 안보 및 자동차 산업 기반에 직접적 위협”이라는 서한을 행정부에 보냈다.
철강업계 단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법안을 환영했다.
ITIF 부사장 스티븐 에젤은 "중국 업체들은 일반적 시장 경쟁업체가 아니다. 중국전기차는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년간 국가자 지원해온 상업주의 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일단 미국 시장에 자리 잡으면, 경제적 및 국가 안보적 피해를 되돌리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또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4월 디트로이트에서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자동차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또한 중국의 미국 자동차 부문 투자를 배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연합(AFAM)의 스콧 폴 회장은 미국에 더 많은 자동차 공장 유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만약 중국 자동차 공장의 미국 건설을 승인하면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기까지는 2~3년 걸릴 것이며, 그 여파는 트럼프의 후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과 멕시코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온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켈리 블루 북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평균 차량 가격은 5만 1천 달러를 넘어서면서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저렴한 중국산 모델이 들어올 경우 기존 제조업체들이 받는 위협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중국산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어난 6%를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율이 높은 노르웨이에서는 14%, 이탈리아 9%, 영국 11%, 스페인에서는 9%를 차지했다.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연간 4만9천대의 중국산 전기차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34개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돼 시장 점유율을 약 15%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어떤 차량보다 훨씬 저렴하다.
멕시코에서 팔리는 중국산 지리스의 시작 가격은 약 22,700달러로 테슬라 모델3의 미국내 가격 38,630달러보다 저렴하다.
도요타 북미 사업부 책임자인 데이비트 크리스트는 “중국 전기차들로 인해 멕시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있기에 중국 전기차들이 그런 가격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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