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제작자인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별세하자 곳곳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로버트 레드포드가 유타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향년 89세.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오랫동안 활약한 레드포드는 '내일을 향해 쏴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스팅', '업 클로즈 앤 퍼스널', '흐르는 강물처럼'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1980년에 감독으로 참여한 '보통 사람들'로 오스카 감독상을, 2002년에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환경 보호 운동을 펼치며 선댄스 영화제 창립자이자 이사로서 독립영화 운동을 장려해왔다.
그의 죽음에 CNN은 "화려한 배우이자 아카데미 수상 감독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의 지위를 내려놓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대의를 위해 헌신해온 로버트 레드포드가 별세했다"고 했고, 할리우드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배우이자 제작자, 감독으로 활동하며 아카데미상(오스카) 후보에 네 차례 올랐고 오스카 공로상을 받은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진정한 아이콘으로 꼽히는 극소수의 영화계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그의 생전 업적을 평했다.
동료 배우들도 애도했다. 제인 폰다는 이날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오늘 아침 밥(로버트의 애칭)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눈물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레드포드와 영화 '맨발 공원'(1967)과 '아워 소울즈 앳 나이트'(2017) 등의 작품을 함께 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로스트 라이언즈'(2007)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이날 성명에서 "사자들 중 하나가 떠났다"며 "내 사랑스러운 친구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영화 '추억'(The Way We Were)에서 상대 역이었던 배우이자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와 함께한 촬영장은 매일 흥미진진하고 강렬하며 순수한 기쁨 그 자체였다"며 "밥은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이고 강렬한 인물이었으며 역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었다"고 추억했다.
레드포드와 마찬가지로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구를 보호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흔들림 없는 헌신은 그의 엄청난 재능과 견줄 만했다"며 "그의 영향력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애도 성명도 이어졌다.
소니픽처스 최고경영자(CEO) 톰 로스먼 회장은 "그의 엄청난 연기력과 연출가로서의 재능에 더해, 나는 선댄스연구소의 초기 이사회 멤버로서 그가 독립영화와 젊은 예술가들에게 보여준 열정적인 헌신을 직접 목격했다"며 "그가 없었다면 미국 영화의 전체적 스펙트럼은 훨씬 빈약했을 것"이라고 했다.
선댄스연구소는 "(연구소·영화제) 창립자이자 우리의 친구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별세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영화계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위한 공간과 플랫폼에 대한 그의 비전은 세대를 초월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영화의 개념을 재정의했다"고 했다.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유타의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십 년 전 로버트 레드포드는 유타를 찾았다가 이곳에 반했고, 그는 우리의 풍경을 소중히 여기며 유타를 스토리텔링과 창의성의 고향으로 만들었다"며 "선댄스와 자연 보호에 대한 헌신을 통해 그는 유타를 세계와 공유했고, 오늘 우리는 그의 삶과 비전, 그리고 우리 주에 남긴 지속적인 공헌을 기린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SNS에 올린 글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전설적인 경력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행보까지 보며 로버트 레드포드를 항상 존경해왔다"며 "환경 보호와 예술 접근성 같은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고 새 세대의 활동가와 영화 제작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그는 진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고 추모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