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마운드에 어둠 걷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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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하영민 키움과 8년 80억 ‘잭팟’
2014년 선발 데뷔전 승리 맛본 후
5년간 7승 그쳐… 그후 수술 등 ‘어둠’
2024년 포크볼 장착 후 변신에 변신… “이젠 키움 황금기 에이스가 되겠다”

키움 팬들에게 ‘암흑기 에이스’로 통하는 오른손 투수 하영민이 팀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13일 키움과 8년 총액 80억 원에 비(非)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하영민은 “별명을 ‘황금기 에이스’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키움 팬들에게 ‘암흑기 에이스’로 통하는 오른손 투수 하영민이 팀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13일 키움과 8년 총액 80억 원에 비(非)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하영민은 “별명을 ‘황금기 에이스’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야구에서 ‘에이스’는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를 끊어주는 투수다. 팀이 ‘암흑기’를 보내고 있을 때는 연패를 끊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키움의 에이스는 하영민(31)이다.

하영민은 지난달 27일 창원 방문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면서 NC 타선을 1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그 덕에 키움은 3-1 승리를 거두고 팀 창단 최다 타이였던 10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은 칠삭둥이로 3월에 태어난 아들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120일을 보내고 집에 처음 온 날이기도 했다. 아들 이름은 부부의 성을 따서 지은 하이다.

아빠가 된 하영민은 키움 팬들에게 ‘목동의 아들’로 통했다. 팀이 서울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쓰던 시절(2008∼2015년)부터 지금까지 키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키움이 4년 연속 최하위를 걱정하게 되기까지 팀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키움이 통산 성적 35승 40패, 평균자책점 4.96밖에 되지 않는 하영민에게 13일 비(非)자유계약선수(FA) 투수 가운데 역대 6위에 해당하는 총액 80억 원(8년)짜리 ‘잭팟’ 계약을 안겼을 때도 키움 팬들은 놀라지 않았다.

키움의 안방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최근 만난 하영민은 “내게 기회가 찾아왔듯 키움도 다시 빛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그날이 오게 하겠다”며 “8년 뒤 구단에서 ‘더 남아 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게끔 마운드에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하영민은 2014년도 신인 드래프트 때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전신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해 4월 13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러 선발승을 따냈다. 당시까지 고졸 데뷔전 선발승은 5번밖에 없던 기록이었다.

그러나 2018년까지 5년간 7승 9패 평균자책점 6.10을 남기는 데 그쳤고, 그해 시즌이 끝난 뒤에는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68kg이었던 몸무게를 81kg까지 늘리며 변신을 시작했다. 하영민은 “2014년의 나는 찾아온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릴 순 없지 않나. 내 할 일을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2022년 복귀한 하영민이 기회를 만든 건 2024년 스프링캠프 이후다. 고교 때부터 체인지업을 던졌던 하영민은 이때 이승호 당시 키움 투수코치(50)에게 포크볼을 배웠다. 하영민은 “코치님이 ‘그만 던지라’고 할 때까지 포크볼을 던지고 나니 3개월 만에 내 것이 됐다”고 했다.

포크볼을 장착하면서 왼손 타자 상대가 수월해졌다. 하영민은 2023년까지 왼손 타자 상대 통산 피안타율이 0.331에 달했다. 2024년 하영민의 포크볼을 받아친 왼손 타자 타율은 0.197(137타수 27안타)이었다. 하영민은 이후 20일까지 2년 반 동안 20승을 챙겼다. 문제는 여느 ‘암흑기 에이스’가 그렇듯 패전(27패)도 더 많이 쌓였다는 점이다. 하영민은 “암흑기 에이스는 팀이 가장 어두울 때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라는 뜻 아닌가. 이 별명이 감사하긴 하지만 앞으론 ‘황금기 에이스’로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하영민은 올 시즌 4승 5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하며 팀의 꼴찌 탈출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10위였던 키움은 올해도 최하위이지만 20일 현재 9위 SSG를 1경기 차로 뒤쫓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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