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 '독'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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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 '독'되지 않으려면

최근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자본주의 고도화로 고액 자산가가 늘어났지만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가족 간 유대관계는 예전보다 약해졌고 권리의식은 강해진 게 원인일 것이다.

이런 분쟁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부모와 자식 간의 분쟁으로, 과거에는 별로 없었으나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가 생전에 효도나 부양 등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했는데, 자식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증여의 취소를 구하는 속칭 ‘불효소송’이 대표적이다. 이 유형의 사건에서는 증여가 효도나 부양을 조건으로 한 이른바 부담부 증여인지, 그런 부담(조건)의 불이행을 증명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된다.

아무 계약서 없이 증여하면 부담부 증여라는 것을 증명하기 곤란하므로, 부모 입장에서 생전에 증여하려면 정기적 방문, 생활비 제공, 치료비 부담 등 증여 조건을 문서로 구체적으로 약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이를 조건으로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보다 역모기지 등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 유형은 부모 사망 후 자식들 사이의 분쟁이다. 이 유형의 분쟁은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집집마다 사정이 있겠으나 자녀 중 일부만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하거나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가 소원한 사례도 있다. 이때 부모를 부양하거나 부모와 관계가 좋은 자녀는 그에 대한 대가를 얻고자 하는 유인이 있을 수 있고, 부모로서도 그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부모가 이를 실행에 옮겨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재산을 물려주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부모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을 때 그런 법률행위가 이뤄지면 별문제 없으나 실제로는 부모의 사망 직전 또는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을 때 증여 및 유언이 이뤄지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식은 부모 사망 후 재산을 물려받은 형제자매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런 유형의 소송에서는 증여나 유언 당시 부모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었는지, 유언이 민법에서 정한 효력 요건을 갖췄는지, 그리고 증여 및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할 경우 특정 상속인(자식)의 유류분이 침해되는지 등이 쟁점이 된다. 부모의 증여 또는 유언이 효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상속인이 원래 받았어야 하는 상속분의 2분의 1 한도에서는 유류분이 인정되고, 그 한도에서 부모의 재산 처분권도 제한된다.

만약 아들 및 딸이 효도나 부양 등을 조건으로 미리 재산을 증여해 달라고 하거나 유언을 통해 자신에게만 재산을 물려 달라고 한다면 일단 그 진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각박하고 서글프지만 자식이라고 마냥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이 마치 본인의 재산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판단능력이 있을 때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산을 합리적으로 자녀에게 분배하는 것이 좋다. 부모 사후에 자식들이 재산을 놓고 송사를 하게 되면 조정도 쉽지 않고 소송 후 남보다도 못한 원수가 될 때가 많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돈이 아니라 ‘독’이 되는 일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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