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이 식당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항의하자, 군의회 의장이 직접 나서 민원인에게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기 양평군에 거주하는 제보자 A씨는 얼마 전 직원들과 단골 식당을 찾았다가 이같은 일을 겪었다.
A씨는 직원 몇 명과 문제의 식당에 방문해에서 탕수육, 짬뽕, 짜장면 등 중국 음식 5인분을 주문했다.
A씨는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짬뽕에 이물질이 둥둥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번데기 아니면 바다 생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정체는 바퀴벌레였다.
A씨는 곧바로 식당으로 전화해 상황을 따져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냐. 미안하다”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대응했다.
A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머리카락까지는 저도 인정하겠는데 바퀴벌레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더라”고 전했다.
A씨는 “(식당 사장님이) 전화가 와서 ‘한 번 와라. 직원들 다 같이 오면 내가 아니까 대접할게’ 이러셨다”고 했다.
그는 “저번에 머리카락 나왔을 때도 우리는 환불도 안 받고 그랬지만 이번 건 내가 넘어갈 수가 없다”며 “바퀴벌레는 너무 충격이다”라고 털어놨다.
해당 식당 사장은 A씨에게 “양파나 채소에서 바퀴벌레가 좀 나온다. 이건 어떻게 하라는 거냐. 업체도 계약해 자주 관리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음식값 전액을 환불받았다. 다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생각은 없었지만, 사장의 안일한 태도에 판례를 참고해 한 사람당 20만원씩, 100만원 정도를 보상해달라고 제안했다.
얼마 뒤 사장 아들은 “100만원은 힘들 것 같다. 힘드니까 신고해라”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남겼다. 지난 14일 사장 아들은 다시 연락해 50만원에 합의를 제안했고, 두 사람은 다음 날 낮 만나기로 약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이었다. 황 의장은 자신에게 민원이 들어와 연락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담당 부서가 있는데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직접 이렇게 연락을 주는 게 맞는가 싶다. 직권 남용 아니냐”라고 묻자 황 의장은 “직원 남용이라고 왜 생각하냐. 저는 군의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전화드리는 거다. 군민들이 저를 뽑아주지 않았냐. 저는 대의 기관”이라고 답했다.
통화 이후 황 의장은 문자 메시지로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세요”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민원 넣은 게 제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거냐. 저도 양평군민이고 이런 전화와 의원의 문자를 받으니 손 떨리게 무서우면서도 이런 일로 외압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믿어지지가 않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어떤 부분을 사과하라는 건지, 결국 사과하라고 전화하신 건지 궁금하다”고 규탄했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된 후에도 황 의장은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상공인이 어려운 와중에 진위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 환불까지 받은 걸로 들었고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합의금 받을 생각도 없고 다만 식당이 좀 깨끗하게 정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아 있다. 다만 의장이 개입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할 보건소에서 해당 식당을 위생 점검한 결과 과태료 처분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