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도시에서 취소됐고, 국내 티켓은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배우가 1600석 공연장에서 700여석의 티켓을 판매한 건 "상당한 팬덤"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관계자들은 해외 팬미팅 취소에 "수요 예측 실패가 이 사단을 자아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부터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까지 주요 도시에서 팬미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배우 한소희의 사례다.
한소희의 경우 좌석 판매율 40%대라는 소식이 알려진 후, 예매 사이트에 잔여 좌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해외 팬미팅이 취소된 사례는 한소희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배우 이준영은 8월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팬미팅이 현지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박보영 역시 서울 공연을 제외한 홍콩과 마카오, 태국 방콕, 대만 타이베이 등이 포함된 해외 투어 팬미팅 일정이 "내부 사정으로 잠정 연기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취소다.
배우 김수현이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후 대만에서 예정된 팬미팅이 취소되긴 했지만, 앞선 사례는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타들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배우 송중기도 7년 만에 팬미팅을 개최한다고 밝힌 만큼 최근 배우들의 팬미팅 개최 소식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동시에 취소 소식도 늘어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팬 미팅도 너무 많고, 모객 예측도 못하고, 여기에 K-콘텐츠와 연예인들을 이용하려는 사기꾼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귀띔했다.
"자카르타에서만 한국 연예인 팬미팅이 한 달에 10건 이상이래요."
한 대형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해당 작품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수출과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로 한국 연예인, 콘텐츠가 해외에서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팬들이 직접 스타를 만나는 행사 수요도 커졌다. 팬 미팅도 그중 하나다. 요즘은 "국내에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까지 일단은 다 찔러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11월 엔터테인먼트 산업 리포트에서 "2022년 기준으로 코어 팬덤 1명은 매월 약 9만원을 사용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국내 월평균 여가비용은 22년 기준 17.6만원"이라며 "한류 팬덤이 글로벌하게 조직화하였고, 해외 팬들의 소비력도 향상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팬덤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고, 자체 웹사이트, 영상 등을 제작하여 현지 라이트 팬덤들을 유입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팬미팅 등 이벤트가 늘어나면서 티켓 판매율이 전반적으로 저조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티켓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소비층이 한정된 만큼, 단순히 팔로우 수나 콘텐츠의 인기만으로 모객 인원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팬미팅, 어떻게 진행되길래?
해외 팬미팅은 대부분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진다. 에이전시에서 먼저 팬미팅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매니지먼트사에서 전략적으로 자신들과 잘 맞는 성격의 회사를 찾아 접근하기도 한다.
매니지먼트사가 직접 지분을 넣고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이상, 현지 행사 장소 대관, 티켓 판매, 모객 등은 모두 에이전시 소관이다. 연예인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출연료를 받고, 공연을 기획하는 정도로 알려졌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솔직히 팬미팅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사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팬서비스에 가깝다"며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고 귀띔했다.
다만 해외 팬미팅의 경우, 사운드 체크나 행사를 마친 후 대면 행사 등을 추가로 하는 요금제 고가의 티켓도 판매하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티켓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대 연출비, 출연료와 체류비 등을 고려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팬미팅을 취소한다는 전언이다.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대관료는 손해 보더라도, 팬미팅을 강행하는 것보다 손해가 덜하기 때문이다.
비자 등 예기치 못한 현지 사정도 취소 사유가 된다. 해외 일정 소화를 위해서는 법적, 행정 절차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되는 것.
특히 최근엔 미국이 공연 비자도 깐깐하게 다루면서 tvN '김창옥쇼 글로벌 in LA'가 취소됐다. 밴드 자우림의 3월 뉴욕 공연도 취소됐는데, 주최 측은 "행정적 지연으로 콘서트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전시 사칭 사기, 주의하세요."
최근 한국 콘텐츠 인기와 함께 팬미팅이 늘어나면서 에이전시 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한한령 해제 분위기와 함께 중국 팬미팅이 난립하면서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한류스타는 전역을 두고 중국에서 팬미팅을 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팬미팅이 진행된다고 알려진 날짜는 이 배우의 전역일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날짜에 팬미팅을 진행한다는 포스터가 버젓이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에 당시 소속사 측은 한경닷컴에 "전역 후 스케줄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지만, 해당 중국 팬미팅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역을 앞두고 중국 팬미팅 사기가 벌어진 상황을 인지하고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변우석의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는 팬미팅 에이전시 사기 주의를 당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로 측은 "최근 배우 변우석의 해외 공연에 대한 에이전트 권한을 보유하였다며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례가 발생해 주의를 당부드리고 한다"며 "당사는 현재 변우석의 팬미팅 공연 및 행사와 관련된 독점 권한을 특정인에게 부여하거나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 당사와의 계약을 사칭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연루되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