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GPT-5 해커톤’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전 세계 93개 팀 중 한국 AI 에이전트 개발사 와들이 우승을 거머쥐면서다. 해커톤에는 와들 핵심 멤버 4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한상도 씨(35)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포스텍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인공지능(AI) 자연어처리 분야 박사 과정 7년 차에 돌연 자퇴서를 냈다. 그러곤 스타트업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두 살이었다.
지난 17일 만난 한씨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으로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입학을 꼽았다. 기본학교는 동양철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전남 함평에 세운 교육기관이다.
한씨는 “교수님은 ‘인간은 문명을 만들고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라고 표현한다”며 “사람은 큰 변화를 야기하는 사람, 작은 변화를 야기하는 사람,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남이 변화시킨 것을 수용하고 사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했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 연구는 그저 학위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이상 ‘작은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길로 학교에 가 자퇴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세상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한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생존의 기회에 서 있는 지금, AI 전공자로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다”며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와들은 KAIST 학부 창업팀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AI 쇼핑 에이전트 ‘젠투’를 서비스하고 있다. 젠투는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점원에게 질문하고 답변받듯,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님이 마음껏 질문하고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1998년생인 박지혁 대표가 2019년 스물한 살 때 설립한 회사다.
와들의 첫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의 쇼핑을 지원해 주는 음성 대화형 쇼핑 플랫폼 ‘소리마켓’이었다. 시장성 등의 한계로 사업 방향은 초기 단계와 달라졌지만, 와들이 개발하는 AI 점원 서비스가 음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결국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한씨는 한국 학생들이 좀 더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의 메카인 이스라엘에선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창업 등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하는 반면 한국에선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는 가장 안정적인 길을 택한다”며 “등수 싸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도전정신을 가지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학생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나도 그런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