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형 탈모에 그것도 청년만 혜택 준다?
韓 의료시스템-재정, 생명 지키기도 부족
초고령 日 감기 혜택 줄여 건보재정 아껴
건보 적자 시대, 복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
원형탈모 등 병적 원인이 명확한 탈모는 질병으로 분류돼 이미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이번에 급여 적용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탈모는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 자연발생적 탈모이고, 급여 적용은 20∼34세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다.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 성인형 탈모를 국가의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키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의아하다. 게다가 특정 연령에만 혜택을 준다니 아마도 예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처음 화제가 된 건 20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22년 1월의 일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공약으로 들고나왔고, 큰 화제를 모았다. 찬반 의견이 팽팽했지만, 탈모 커뮤니티와 일부 젊은층에서는 관련한 밈이 유행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2025년 21대 대선에서는 관련 공약이 빠졌지만,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적극 검토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후 실무 차원에서 검토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 장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답이 나왔다”고 한다.
관련 예산은 아직 검토 중인 모양인데, 20∼34세의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정책에 드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을 수 있겠다. 그리고 정부가 청년 세대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아직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재정은 생명을 지키는 데도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한국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노인 자살률이 유독 높다는 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자살률의 국제 비교가 가능한 미국 워싱턴대 연구소(IHME)의 2023년 데이터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한국의 자살자 수는 28.1명으로, OECD 평균 13.2명의 2.1배다. 20∼54세에서는 26.1명으로 OECD의 1.7배 수준인데, 70세 이상(60.5명)에서는 OECD의 2.8배, 80세 이상(83.8명)에서는 3.1배나 된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심한 일본에서도 노인 자살률과 젊은 인구 자살률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일본의 20∼54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한국보다 조금 낮은 24.0명인데, 70세 이상과 80세 이상 노인에서는 각각 26.3명과 28.3명으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이 연구소의 데이터에서 70세 이상 자살률이 40명을 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니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지금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부모 세대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산을 쏟아붓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심한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원래 75세 이상은 병원비의 10%만 환자가 부담했지만, 2022년부터는 연수입이 200만 엔(약 1890만 원) 이상인 1인 가구나 320만 엔 이상인 부부 가구는 20%를 부담하도록 법이 바뀌었다.이 외에도 일본은 감기 정도의 가벼운 질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이 이미 일본보다 높지만,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일본의 의료비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고령화로 정부 재정에 대한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2월에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우울한 발표를 했다. 이제 건강보험에 더 많은 정부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성인형 탈모 치료에 나라 돈을 쓰겠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노인 세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뜻은 좋다 해도 아직은 생명과 무관한 선심성 정책에 돈을 쓸 때가 아니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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