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 일일 65만t 용수 세부 공급 방안'이 거짓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백조 단위 국가 프로젝트 계획이 현실성 없이 만들어진 데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기후부가 발표한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 방안은 가뭄대비 비상 자원으로 계획한 수자원을 '반도체 용수'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용수 공급 방안과 기후부(당시 환경부)가 2023년 발간한 '영산강·섬진강유역 가뭄백서(이하 가뭄백서)를 비교해 내린 결론이다. 비상 자원을 동원한다 해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공업용수 공급원으로 제시한 동북댐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등 5개 댐이 모두 불과 3년 전 강수량 부족으로 고갈 위기를 겪었다.
기후부는 지난달 30일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에 일환으로 지역 5개 댐에서 총 일일 65만t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동복댐에선 30만t(여유량 5만t, 댐 수위를 높여 확보한 25만t)의 용수를, 주암댐에서 5만t, 장흥댐의 10만t 여유분 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보성강댐과 나주댐에선 발전용수·농업용수를 공업용수로 전환해 각각 10만t씩 공급한다고 밝혔다.
가뭄백서는 그러나 동복댐 등 호남 지역의 수자원 인프라의 여유가 부족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광주의 핵심 식수원인 동복댐은 2023년 4월 저수율 19.1%까지 떨어지며 14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제한급수 위기 속에서 영산강 하천수를 용연정수장으로 보내는 긴급 공사를 벌여 간신히 단수 사태를 막았다. 백서는 "1973년 기상 관측이래 영산강·섬진강 유역 호남권에서 가장 긴 281일의 가뭄이 발생했다"며 "향후 기후위기로 이 같은 가뭄 등이 더욱 크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흥댐의 여유 수량 10만t은 이미 중장기 가뭄대책으로 영산강 유역 6개 시군(광주·목포·나주·화순·함평·영광 등)의 생활용수로 투입될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흥댐의 여유 수량을 주암댐으로 보내기 위한 총사업비 2844억원 규모 ‘장흥댐-주암댐 도수관로 연계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상태다.
이렇게 확보되는 주암댐 여유량은 여수·광양산단 공업용수로 이미 배정됐다. 작년 3월 총사업비 2128억원 규모의 '여수 지역 공업용수도(광양4단계)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의를 통과했고, 취수시설 및 도수관로 설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수영 의원은 "불과 3년 전 '비상 가뭄대책'이었던 똑같은 물이 이번 '호남 반도체 용수공급계획'에 포함된 것"이라며 "정부는 가뭄에 대비한 광주·전남 주민들의 식수 등 생활용수 비상재원을 끌어다 반도체 용수로 쓰겠다는 끼워맞추기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호남 반도체 용수공급 방안 65만t은 졸속"이라며 "수백조원이 투입될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업의 기초 계획이 '주먹구구’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나온 데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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