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많이해,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황당 주루사→속죄의 결승포 ‘쾅!’…지옥과 천당 오갔던 한화 문현빈 [MK인터뷰]

2 days ago 2

“반성 많이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문현빈(한화 이글스)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홈 경기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3-1로 제압했다.

문현빈이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문현빈이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는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는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이로써 파죽의 7연승을 달린 한화는 22승 13패를 기록,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2-5로 패한 LG 트윈스(22승 13패)와 함께 공동 1위에 위치했다. 한화가 30경기 이상 소화한 시점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6월 2일 대전 삼성전(당시 45경기 소화·24승 1무 20패) 이후 18년 만이다.

3번타자 겸 좌익수로 나선 문현빈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장타력을 뽐내며 한화의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초반부터 문현빈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1회말 2사 후 상대 선발투수 최원태의 6구 140km 커터를 통타해 비거리 105m의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문현빈의 시즌 5호포. 이후 한화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문현빈의 이 홈런은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다.

3회말 2루수 직선타, 5회말 중견수 플라이로 잠시 숨을 고른 문현빈은 8회말 다시 존재감을 뽐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좌완 투수 백정현의 6구 144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 안타를 생산했다. 이는 추가점의 발판이 됐다. 직후 대주자 이상혁이 노시환의 중전 안타로 2루에 안착했고, 채은성의 1타점 좌전 적시타에 홈을 밟은 것. 그렇게 문현빈의 이날 성적은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이 됐다.

경기 후 문현빈은 “(최원태 선수의) 구위가 좋아 보여 타이밍을 좀 더 빠르게 잡았다. 늦지 않으려 했는데, 변화구가 와서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며 “(맞자마자) 넘어갈 것 같았는데, 타구가 많이 휘어서 파울될 것 같았다. 다행히 폴대 맞아 기분이 좋았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문현빈이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문현빈이 5일 대전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4일 광주 KIA전에서 황당한 주루사를 범한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4일 광주 KIA전에서 황당한 주루사를 범한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특히 전날(4일) 아쉬움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문현빈은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4회초 1사 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으나, KIA 포수 김태군의 노련한 견제에 땅을 쳤다. 김태군이 투수에게 공을 던지는 척하다 1루로 공을 뿌렸고, 아웃된 것. 이에 사령탑은 즉각 문현빈을 빼고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투입시켰다. 문책성 교체였다.

5일 경기를 앞두고 만났던 김경문 감독은 “프로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책이 나온다. 특히 낮 경기 때 나온다. 어제는 경기 초반 아쉬운 모습들이 있었다. (문현빈이 아웃된) 세 번째 장면은 감독이 참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문)현빈이는 아직 어린 선수다. 야구를 더 진지하게 많이 배워야 할 선수라 빼게됐다”며 “야구는 운동장에서 볼이 움직이는 스포츠다. 볼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 기본이다. 현빈이 뿐 아니라 우리 전체 선수들이 좋은 공부를 했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신뢰는 여전했다. 어이없는 견제사에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킨 것. 김 감독은 “당연히 (문현빈을 선발 라인업에) 넣어야 한다. 그 정도 실수 안 하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따로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본인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나왔음에도 이겼다는 것이다. 지게 되면 연패에 빠질 수 있다. 이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문현빈은 이러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결승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를 이끄는 김경문 감독. 사진=한화 제공

한화를 이끄는 김경문 감독. 사진=한화 제공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문현빈. 사진=한화 제공

문현빈은 “(4일 KIA전에서) 한 번 봤는데, (김태군 선수가) 투수에게 줄 것 같았다”며 “(경기에서 빠진 뒤) 제발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반성도 많이 했다. 너무 안일했다. 제발 이겨달라고 계속해서 파이팅을 외쳤다”고 돌아봤다.

이어 “경기 중이어서 (선배님들이) 별 말씀 안 하셨다. 경기에 이겨 많이 혼나지는 않았다. 저 스스로 반성 많이 했다. 코치님들, 선배님들께서 끝까지 보고 집중하라 하셨다”며 “한 번 더 깨우쳐주는 그런 경험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분명 황당하고 뼈아픈 실수였지만, 이는 문현빈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그는 “(5일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나가서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한화는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막 후 다소 부진하기도 했지만, 4월 중순 8연승을 달렸다. 이후 2연패에 빠지긴 했지만,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이날에는 LG와 함께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현빈은 “팀이 이겨 기분 좋다. 아직 지친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쫓기더라도 뭔가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투수들이 막아줄 것 같고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줄 것 같다. 순위표는 많이 확인한다. 순위 경쟁 팀이 이겼나 졌나 확인한다”고 배시시 웃었다.

이 같은 한화 상승세의 배경에는 문현빈의 활약이 있다. 이번 삼성전 포함해 성적은 33경기 출전에 타율 0.300(110타수 33안타) 5홈런 18타점 6도루다.

문현빈은 “작년 같은 경우는 뭔가를 만들어 내려 했다. 안타를 빨리 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스트라이크 존을 정해 놓고 들어오면 돌리려 한다”며 “결과에 많이 쫓기지 않는다. 잘 맞은 타구 나오면 기분 좋다. 안타가 안 나오더라도 타구 질이 괜찮으면 좋다 생각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날은 어린이날이었다. 문현빈은 ‘정다영’ 어린이의 이름을 단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어린이날에 팬 분들이 많이 와주셨는데 너무 감사하다. 이겨서 기쁘다. 제 유니폼에 있는 이 어린이가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 좋다”고 뿌듯해 했다.

문현빈은 앞으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한화 제공

문현빈은 앞으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한화 제공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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