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노미-20] 볼이 쑥꺼진 여인들이 도시를 배회합니다. 도시는 자욱한 안개만 가득합니다. 엄마 손을 잡은 여자아이는 뼈에 살가죽만 간신히 달린 모습. “배고파”라는 원초적인 말조차 할 기운이 없습니다.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남성이 모녀 앞을 가로막습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남성은 동전 몇 개를 세더니 여성에게 건네줍니다. 남성은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그 길로 떠납니다. 배가 고픈 나머지 아이를 팔아넘긴 것이었습니다.
거리에 누구도 이를 비난하지 못했습니다. 배를 곯은 지 며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입니다. 안개 속에는 죽음의 숨결만이 가득히 끼어 있습니다. 돈 많은 이들이라도 만나 몸이라도 팔기를 간절히 희망했을 정도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돈 받고 넘기고, 자신은 몸을 팔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들. 신이 구현한 지옥이 이곳에 펼쳐진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