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최저임금 논의 시작…勞 “시간당 1.7만원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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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제3차 전원회의…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 논의
노동계 “마땅한 권리”…경영계 “유연성 위축·일자리 감소 우려”
노동부 실태조사 논의…민주노총, 5개 유형별 산정 방식 제시
택배·배송 시간당 최저임금 1만7468원…9일 한국노총 발표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보장과 도급제 최저임금제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2026.06.04 세종=뉴시스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가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특고·플랫폼 적정보수 보장과 도급제 최저임금제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 2026.06.04 세종=뉴시스
택배기사·배달라이더 등 이른바 ‘도급근로자’로 불리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특고·플랫폼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고유의 유연성을 축소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택배·배송기사의 시간당 기본 최저임금으로 1만7468원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 논의에 착수했다.

도급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아니라 배달 건수나 운송 실적 등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사람을 뜻한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계약 형식은 위탁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쟁점이 돼 왔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 2024년부터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해왔다. 올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 임금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도급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는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진 현재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라며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또 다른 근로자위원 간사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하루만 일을 쉬어도 생계비 걱정 때문에 아파도 쉬지 못하고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위기 속에서 맨몸으로 일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어렵게 노동자성을 인정받더라도 임금을 계산할 산식이 없다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임위의 당연한 책무”라며 “870만명에 달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도둑맞은 이름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최임위가 변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최근의 대내외적 경제상황을 고려해 확대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인데, 논의 대상이 근로자인지 여부는 최임위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도급제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일하는 방식, 근로시간, 업무 강도 등이 개별 근로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검토해 별도 단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의 지난해 월 평균 영업이익은 200만원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며 “사업자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 사업자도 지난해 말 16만6000여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2021년 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업종별 구분적용을 통해 어려움이 있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중소사업자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도급제 근로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하더라도 도급제 유형별로 어떤 결정 단위가 필요한지, 적용 시 노동시장, 소비자 후생, 가치사슬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이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게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도급제 고유의 유연성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날아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노동계에서는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도급제 유형에 대한 최저임금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가려서 적용하자는 ‘구분 적용’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노동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이 문제는 현장의 다양한 보수 산정 방식과 근로실태를 비롯해 제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섣부른 결론보다는 사실과 자료에 기반해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최임위 논의 이후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비공개로 논의됐다.

이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자체 연구를 토대로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미국 뉴욕시의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시간급 계산 방식, 미국 시애틀의 앱 기반 노동자 건당 최저지급 단가 모델, 영국의 공정단가 모델 등을 근거로 국내에서도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급근로자에게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게 산정돼야 한다고 봤다. 총수익에서 유류비나 차량 유지비 등 업무에 필요한 비용과 4대보험 부담분을 뺀 금액이 최소한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기시간, 이동시간, 준비시간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도 최저임금 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민주노총은 ▲택배·배송 ▲퀵서비스 ▲대리운전 ▲방문강사 ▲방문점검원 등 주요 도급노동자 유형별 시간당 최저임금액을 제시했다.

우선 택배·배송의 경우 기본급은 1만7468원, 주휴수당 포함 2만962원, 퇴직금 포함 2만2709원으로 산정했다.

퀵서비스는 기본급 1만4245원, 주휴 포함 1만7094원, 퇴직금 포함 1만8518원을 제시했다.

대리운전은 기본값 1만6702원, 주휴 포함 2만43원, 퇴직금 포함 2만1713원으로 계산했다. 방문강사는 기본값 1만6678원, 주휴 포함 2만14원, 퇴직금 포함 2만1681원을 제시했다.

방문점검원은 1만6297원, 주휴 포함 1만9557원, 퇴직금 포함 2만1186원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도급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숙련된 전업 라이더가 늘어나 서비스 질이 향상되고, 고객 주문 증가와 순환 매출 증대로 이어져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임금이 보장되면 라이더들이 무리한 장시간 노동이나 과속·위험 운행에 내몰릴 유인이 줄어들어 안전도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또 도급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없고, 이를 최임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임위는 임금과 관련해 노사공이 함께하는 유일무이하고 공신력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라며 “최임위에서 결정해야 시장 충격을 완화하면서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소득을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임위는 오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방안 논의를 이어간다. 4차 회의에서는 한국노총이 적용 방식과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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