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상견례를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가 된 60대 삼남매 아빠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조영삼 씨(사진)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전하고 떠났다고 4일 발표했다.
고인은 지난 4월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닷새 만에 고인의 간, 폐, 신장(양쪽)은 가족 동의로 4명에게 전해졌다. 고인은 평소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2015년엔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했다. 아들 은빈 씨는 “과거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시신 기증을 하셨다”며 “그 뜻을 이어 아버지도 10여 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해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버지의 마지막 뜻이라고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1963년 광주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20여 년간 기독교 신자로 이웃을 돌봤다. 교회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 은빈 씨는 고인에 대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가훈을 바탕으로, 늘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주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평소 야구를 즐겨 보던 고인은 은빈 씨 생일(5월 20일)에 맞춰 야구장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고, 조만간 결혼하는 은빈 씨의 상견례까지 앞두고 있었다. 은빈 씨는 “그 설레는 순간들을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남은 가족은 잘 지낼 테니 천국에서 기다렸다가 나중에 만나자.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목회자로서 사랑을 베풀어 온 조영삼 씨가 생명나눔으로 숭고한 사랑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나눔의 약속을 지켜주신 고인과 귀한 결단을 내려준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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