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레슨보다 공연 한번이 낫다"…유럽 무대의 징검다리 '안동 콩쿠르'

2 days ago 6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인터뷰
오는 2일부터 성악, 피아노, 관현악 콩쿠르 접수
심사위원 7인 중 6인이 독일·오스트리아 활동
우승자에 빈 에어바 홀 공연 기회..오디션 자격도

“100번의 레슨보다 공연 1번이 낫습니다. 그 무대가 유럽 최고 공연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죠.”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럽 공연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럽 공연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 1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2025 안동 글로벌 영 아티스트 콩쿠르(안동 콩쿠르)’의 참가 신청을 오는 2일부터 13일까지 받는다. 성악, 피아노, 관현악 대상이다. 그간 클래식 음악계 콩쿠르는 상금이 핵심인 경우가 많았다. 상금을 노리는 음악가를 가리켜 ‘콩쿠르 헌터’란 말이 나올 정도. 안동 콩쿠르는 음악가의 성장에 초점을 뒀다. 유럽의 명 감독들이 심사를 맡을 뿐 아니라 유럽 공연과 오디션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빈 슈타츠오퍼 최종 오디션 기회도

안동 콩쿠르 심사를 맡은 7인의 이름을 보면 유럽 유수 콩쿠르를 방불케 한다. 최 관장을 뺀 6인 모두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퍼 예술조감독인 비비아나 바리오스,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오펀스튜디오 조감독인 우타 산더, 오스트리아 빈 에어버잘 조감독인 스텔라 사보비치 등이 심사위원을 맡는다. 빈 음대 교수, 빈 필하모닉 클라리넷 부수석 등도 위원 명단을 채웠다.

최 관장은 유럽 정상급 음악인들을 영입하고자 2023년부터 공을 들였다. 빈 슈타츠오퍼, 베를린 도이체오퍼 같은 인기 공연장뿐 아니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돌며 발품을 팔았다. 최 관장은 2017~2021년 국내 첫 오페라 전용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국내 무대의 한계를 체감했다. 그는 “유럽 감독들을 만나면 ‘한국 성악가들이 노래는 잘 하는데 무대에 서면 자유롭지 못하고 비슷하게들 부른다’는 비판을 들었다”며 “콩쿠르를 통해 해외에서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요구하는 점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럽 공연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최상무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럽 공연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콩쿠르 우승자에겐 오는 11월 5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에어버잘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내년 독일 베를린 국립극장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최종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도 준다. 음악 인재를 선점하려는 현지 수요와 ‘K클래식’의 잠재력을 강조한 최 관장의 설득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는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심사위원들의 맘에 든 참가자라면 유럽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안동 콩쿠르를) 젊은 음악인들이 해외로 도약하는 도움닫기로 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아르떼필 무대에도 올라

안동 콩쿠르는 국내 공연에도 신경을 썼다. 우승자는 내년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공연에 출연할 기회를 받는다. 다음 달 12일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상금도 1위 1500만원으로 상당하다. 최 관장은 “독일에선 공연장 한 곳에 많게는 한 해 300회 이상 공연 일정이 잡혀 있는데 국내 지방 공연장은 10회 내외만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이라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횟수가 적다 보니 젊은 음악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그간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국내 공연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배리어프리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신체적 어려움으로 공연을 즐기기가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무대를 촉각으로 만질 수 있는 미니어처나 공연 중 해설을 제공하는 이어폰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동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5만3159명. 이 중 9%인 1만3227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고령화 영향이다. 최 관장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하는 발레는 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준다”며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공연을 잘 모르는 초심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안동시립합창단이 제27회 정기공연인 '헨델의 메시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출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지난달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안동시립합창단이 제27회 정기공연인 '헨델의 메시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출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오는 12월엔 ‘안동문화예술교육축제’를 연다. 시민 합창단 공연, 미술 교육, 예술교육 전문가 포럼 등을 마련한 자리다. 최 관장은 “음악 교육이라면 연주를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관객 초청 과정, 지휘와 감독의 역할, 공연 기획 절차 등도 설명한다”며 “올 하반기엔 안동 내 다른 관광지와 연계한 상품도 선보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더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 안동 글로벌 영 아티스트 콩쿠르' 포스터. / 자료 출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25 안동 글로벌 영 아티스트 콩쿠르' 포스터. / 자료 출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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