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떠난 머스크, 사우디서 여전한 ‘퍼스트 버디’ 존재감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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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100여일 만 경영복귀 선언
불매운동에 테슬라 타격 입었지만
트럼프와 관계 앞세워 중동서 존재감
우주 신도시 ‘스타베이스’ 실험 시작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등장해 전기톱을 휘두르고 있다. 당시 그는 “이 전기톱은 관료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 안팎에선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옥슨힐=AP 뉴시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등장해 전기톱을 휘두르고 있다. 당시 그는 “이 전기톱은 관료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 안팎에선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옥슨힐=AP 뉴시스
“일론 머스크 같은 평생의 파트너이자 친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갖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현지 시간)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압둘라 알 스와하 사우디 통신 및 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사우디와 미국의 기술 분야 협력을 이끄는 개척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머스크는 이날 행사 무대에도 직접 등장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타링크가 사우디에서 해상 및 항공 용도로 공식 승인됐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관련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운영하는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다. 최근 스타링크는 미국 밖에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장 개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의 사우디 순방 동행에 대해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그에게 여전히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 머스크 ‘특별 공무원’ 신분 30일 종료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 직후 머스크는 최대 130일의 근무 시한을 갖는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DOGE를 이끌었다. 이달 30일 근무 시한 만료를 앞두고 테슬라 경영 복귀를 선언한 것.

지난해 그가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하기 시작한 뒤 세간에선 ‘두 터프가이가 언젠가 크게 충돌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두 사람 모두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억만장자 사업가인 데다 예측하기 힘든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금까진 큰 잡음 없이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적인 고별인사’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여론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원한다면 더 (백악관에) 머물러도 된다”고 화답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DOGE 활동을 통해 다양한 연방정부 관련 인력, 예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600억 달러(약 223조8700억 원)의 연방정부 예산을 절감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당초 목표엔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오히려 머스크의 공직 활동은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평가가 많다. DOGE의 대규모 예산·인력 삭감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며 미국과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급감했다. 올 4월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영국에서 68%, 덴마크에서 67%, 네덜란드에서 74%, 스웨덴에서는 81% 줄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올 1분기(1∼3월) 테슬라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15.1% 감소했다. 테슬라 주가는 전 고점 대비 53% 이상 급락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고 테슬라 경영에 다시 집중하고 있지만, 떨어진 브랜드 인지도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백악관 떠나 ‘스타베이스’에서 왕 노릇 하나

DOGE 수장에서 물러난 머스크가 당분간 관심을 집중할 사안으로는 미 텍사스주 최남단에 있는 신도시 ‘스타베이스’ 건설이 꼽힌다. 3일 텍사스주 캐머런 카운티는 보카치카 지역을 ‘스타베이스’시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 스타베이스로 편입된 구역은 4.6km² 규모로, 주민 283명 대부분이 스페이스X 직원이다. 신임 시장으로는 스페이스X 부사장인 보비 페든이 당선됐다. 이 도시 보카치카 대로에는 2.7m 높이의 머스크 흉상이 서 있다.

머스크에게 ‘스타베이스’는 대규모 공동체 실험이자, 정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만든 계획 도시다. 머스크는 2012년부터 이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왔다. 이곳에는 스페이스X 발사 시설과 착륙장, 발사 제어 센터 등이 있다. 인근에 스페이스X 직원들을 위한 집과 식료품 가게, 병원은 물론이고 실험학교인 ‘애드 애스트라(별들을 향해)’까지 지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완전한 ‘머스크표 공동체’로 꾸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베이스 건설과 운용은 머스크가 자신의 최종 목표라고 밝힌 ‘화성 자치 정착촌 건설’을 위한 실험이다. 머스크는 화성에 인구 100만 명이 사는 자치 정착촌을 지어 지구에 있는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2012년 공개했다. 스타베이스는 공식 X 계정에 “도시가 되면 우주에서 인류의 미래를 건설하는 남성과 여성을 위한 최고의 커뮤니티를 계속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100채가 넘는 주택, 식료품점, 학교까지 모두 갖춘 이 공동체는 머스크가 텍사스 중부에서 자신의 산업, 정치적 권력을 통합하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스타베이스의 사실상의 시장이 돼 이 지역의 식민지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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