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지역 살리기'라 했는데…"손님 다 뺏겨" 상인들 울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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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살리기·상생 위해 거듭난 예산시장
일부 점포들 시장 내로만 진입하게끔
대로변 쪽 출입구 제한해 도마 위 올라
점주들 "동선 관리·안전상 이유" 거론
외부 상권 "손님 뺏겨…지역 부흥 無"
전문가 "이해 충돌…윈-윈 조정 필요"
더본코리아 "시장 활성화 우선 고려"
"의도 無…앞으로 外 상인들과 협의"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외벽에 위치한 점포 출입문에 매장 입장을 위해선 시장 내로 들어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외벽에 위치한 점포 출입문에 매장 입장을 위해선 시장 내로 들어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컨설팅해 주목받은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이하 예산시장)의 한 라인이 외부 상권으로 향하는 출입구를 통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살리기 취지에 어긋나게 유동 인구를 예산시장으로만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취지에 맞게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본코리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막을 수 있는 문 다 막았다

13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예산상설시장 오른쪽 면에 위치한 음식점 10곳 중 5곳은 시장 내부에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들 매장은 "입구는 반대편 시장 안쪽에 있어요", "주문은 반대편으로 와주세요", "출입문은 돌아서 시장 게이트 7번으로" 등 안내 문구를 바깥 출입문에 붙이고 해당 문의 출입을 통제 중이다.

나머지 5곳은 바로 옆에 다른 매장이 있거나 창고 등 구조물이 있어 시장 안에서 들어갈 출입문이 애당초 없다. 불가피한 곳을 제외하면 이 라인 음식점들은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외부 출입문은 다 막은 셈이다. 다른 라인은 맞은 편에 상가가 없거나, 내부에 시장으로 통하는 다른 출입문이 없어 외부 출입문을 막을 수 없는 곳들이었다.

예산상설시장 외벽에 위치한 점포들이 대로변을 향해 나 있는 출입문 이용을 제한했다. 공교롭게도 대로변 출입문 이용을 제한한 점포 라인 맞은편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갈등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사과당'이 위치해 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예산상설시장 외벽에 위치한 점포들이 대로변을 향해 나 있는 출입문 이용을 제한했다. 공교롭게도 대로변 출입문 이용을 제한한 점포 라인 맞은편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갈등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사과당'이 위치해 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예산시장은 대형 컨테이너 구조물 안에 골목처럼 상가를 조성한 형태로, 백 대표가 예산군과 함께 운영 컨설팅을 맡은 시장이다. 예산군이 고향인 백 대표는 지난 2023년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백종원의 꿈 이뤄보려 합니다. 시장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해당 시장을 살리며 지역 경제도 살리고 자신도 지역에 컨설팅 비용을 받아 일거양득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최근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부 출입문을 봉쇄한 이곳 음식점들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최근 한 유튜버 A씨는 "인테리어 구조상으로나 가게 매출 측면에서나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로변 막아서 유동 인구 줄인 다음 경쟁업체 죽이기 아니냐", "지역 살린다더니 지역 토종 상권을 말살하려 한다" 등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실제 한경닷컴이 예산시장을 찾은 지난 9일 이를 부적절하다고 보는 이들을 현장에서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한 빵집에 들어서려던 A씨는 "시장 안을 통해서 들어오라고 한다"며 일행에게 불편을 호소했다.

◇ 점주들은 "왜 굳이?"

해당 음식점 점주들도 논란을 의식하고 있었다. 한 점주 B씨는 "출입문을 닫은 건 사람들이 시장 안에서만 돌게 하려는 게 아니라, 가게 내부가 좁아 효율적으로 동선을 관리하기 위해서다"며 "시장 안쪽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출입문도 한쪽에 집중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대로변 통로를 열면 손님들이 우리 매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질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을 굳이 감수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다른 점주 C씨는 "처음에 가게 앞 대로변에 인도가 없어서 위험하다고 판단해 출입문 시장 게이트로 들어오라고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군 예산으로 진행된 공사로 대로변에 인도가 조성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출입문 제한 안내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C씨는 "손님들이 어차피 우회해서 들어올 수 있으니 굳이 안내 문구를 바꾸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부연했다.

◇ 외부 상권 매출 급감 호소

텅 빈 예산상설시장 대로변 인근 상가. /영상=이민형 기자

텅 빈 예산상설시장 대로변 인근 상가. /영상=이민형 기자

실제 상생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게 시장 밖 상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출입문 통제 후 일부 시장 밖 상권 점주들은 매출이 30%까지 감소했다고도 호소했다. 한 시장 인근 음식점 점주 D씨는 "시장 부흥의 간접 효과는 전혀 체감되지 않았다"며 "관광객도 다들 시장 안쪽만 본다"고 토로했다.

특히 출입구를 통제한 예산시장 점포들 맞은편에는 백 대표와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디저트 매장 '사과당'이 자리하고 있어 의혹을 더 키우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백 대표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통해서 사과당을 겨냥해 '비싸다', '지역 살리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등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이후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해당 가게 약 50m 옆에 동일한 사과파이를 파는 애플양과점을 열기도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방 활성화 시 이해관계 충돌을 선제적으로 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시장 구조는 고객 유입이 다양한 상점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도록 시장 내부 활성화를 우선하여 고려한 결과이며, 특정 방향으로 손님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근 상권 상인들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 앞으로 외부 상인들과의 사전 협의와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 및 건의 사항을 조기에 파악하고 반영하는 구조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민형/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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