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USIM)칩 해킹 사태로 인한 번호이동 고객의 위약금 면제 문제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수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가입자 이탈 등으로 발생할 손실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일 "이번 해킹 사태가 SK텔레콤 2분기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160억원, 올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1116억원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SK텔레콤의 올해 예상 이동전화수익의 1%, 별도 영업이익의 7.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SK텔레콤 실적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건 위약금 면제에 따른 가입자 이탈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확인된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사용자는 모두 26만2890명으로 집계됐다. 통신사별로 보면 SK텔레콤에서 KT로 넘어간 사용자가 14만801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사용자가 11만4880명이다. 위약금 면제 없이도 2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탈한 셈이다.
SK텔레콤은 전날 '위약금 면제 해지 관련 드리는 말씀'이란 설명자료에서 "현재 기한 없는 신규 모집 중단이라는 자발적 조치를 한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까지 시행할 경우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며 "위약금이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번호이동을 할 가능성이 크며, 위약금 면제 시 수백만 회선 해지로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음달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제한된다고 가정하면 이달에는 일평균 1만5000명, 6월에는 5000명이 이탈해 연간 실적 감소분은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일회성 유심 교체 비용은 1000만명이 교체한다고 가정할 경우 4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입자 이탈 규모가 확대되거나, 신규 가입자 유치 제한 조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12일로 예정된 SK텔레콤 1분기 실적에 한층 큰 관심이 쏠린다. 재무적 부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견고한 현금 흐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실적 예상치를 내놓은 증권사가 추정한 SK텔레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530억원 수준으로 추정돼 기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별도 기준 4조5000억~4조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 주가는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해킹 사태가 확인된 지난달 22일 5만85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전날 5만3300원으로 장을 끝내 8.5% 하락했다. 올 초 SK텔레콤 시가총액을 넘어섰던 KT와의 시총 격차는 1조5000억원까지 벌어졌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진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서 추가로 하락할 경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감안하더라도 5만500원 이하에서는 투자 매력이 존재한다"며 "올해 예상 배당금(3540원) 기준으로 해당 주가(5만500원)에서의 배당수익률은 약 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