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크 팩토리' 열풍에…K로봇 해외수주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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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사려는 주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무인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원가 절감 목적의 자동화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작기계·로봇 수요 급증세

세계 '다크 팩토리' 열풍에…K로봇 해외수주 '역대 최대'

11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공작기계 수주액은 총 89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449억원) 대비 약 20%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저효과로 수요가 폭증한 2022년 1분기(9056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한국 산업용 로봇의 올 1분기 수주액은 1844억원으로 201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공작기계 업체의 1분기 해외 수주액은 5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1분기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22년(5145억원)과 2023년(4752억원)을 웃돌았다. 한국은 일본, 독일 다음으로 많은 첨단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나라다.

다른 공작기계 생산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공작기계공업협회(JMTBA)에 따르면 1분기 일본 공작기계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3854억엔(약 3조7500억원)이었다. 세계 공작기계 1위인 중국의 지난 3월 공작기계 생산량은 7만5000세트로 1년 전(6만 세트)에 비해 25% 늘었다.

박이경 한경에이셀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대응책으로 생산 원가를 줄이려는 기업들이 자동화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10% 보편관세가 시작된 4월 이전에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핵심 설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도 로봇·공작기계 주문량이 증가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발 공작기계 특수는 최소한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공작기계는 수주 이후 납품까지 보통 1~2개월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DN솔루션즈,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이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수출하고 있다. 로봇·공작기계와 달리 한국 건설광산기계, 농업용 기계의 1분기 수주액은 1년 전보다 각각 12%, 6% 감소했다.

◇‘다크 팩토리’ 전환 확산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 주문이 급증한 배경엔 무인·자동화 공장인 ‘다크 팩토리’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미·중 갈등과 관세 전쟁 등으로 커지는 공급망 리스크를 다크 팩토리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로봇·공작기계 특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절삭공구 업체 대표는 “인건비가 적은 곳에서 생산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이 보호무역주의 시대엔 오히려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관세에 대응하는 여러 전략이 있지만 무인화, 자동화를 통한 비용 혁신만큼 확실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력 산업의 신규 공장은 대부분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 형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건설 중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대표적 사례다. 이 공장은 약 1000대의 로봇을 기반으로 무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용접, 도장, 검사뿐 아니라 물류까지 로봇이 처리하는 구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로봇 팔만 있다면 아이폰 생산 기지를 미국에 둘 수 있다”고 밝히며 미국 내 무인 공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1조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기술을 접목한 무인·자동화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중국에선 폭스콘, BYD 등이 다크 팩토리 건설에 착수했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자동화율이 95%에 이른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무역 갈등이 일회성 관세 대응을 넘어 제조업의 기술 재무장 시대로 전환하는 양상”이라며 “인건비·물류비·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무인공장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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