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바덴바덴 13년 동행…'나비부인'으로 화려한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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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린 바덴바덴 부활절 축제는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부터 화제였다.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테너 중 한 명인 조나단 테텔만이 핑커톤 역을 맡고, 엘레오노라 부라토가 그녀의 대표적 배역 중 하나인 초초상으로 무대에 올랐다.

올해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 Monika-Rittershaus

올해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 Monika-Rittershaus

연출 역시 이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다비데 리베르모어는 이미 라 스칼라 극장의 시즌 개막 공연을 세 번이나 맡은 연출가. 이번 ‘나비부인’에서는 전통적 무대 연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한 비디오 프로젝션이 아니라 오페라 속 아이의 그림이 무대 위 현실로 구현되는 등 내면세계를 파고드는 새로운 해석을 담아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바덴바덴 봄 축제가 더 특별했던 건 베를린 필하모닉과 바덴바덴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이다. 사이먼 래틀 시절인 2013년부터 잘츠부르크를 떠나 바덴바덴과 함께한 베를린 필은 이번 부활절 축제를 끝으로 13년 여정에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무대의 레퍼토리는 ‘나비부인’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등이었다. 베네딕트 슈탐파 바덴바덴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이를 “작별 파티”라고 했다.

베를린 필은 이 공연을 4월 25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로 옮겨와 베를린 시민에게도 들려줬다. 오페라를 전문으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닌 베를린 필이 오페라를 선보인 것 자체가 이례적 경험이었다. 빈 필하모닉이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달리 이들은 콘서트 무대에 주로 오르는 오케스트라다. 이 같은 도전은 지휘자 페트렌코가 있어서 가능했을 테다. 페트렌코는 과거 베를린 코미세오퍼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오페라로 커리어를 쌓은 지휘자다.

테텔만은 첫 시작부터 놀라운 장면을 선사했다. 핑커톤과 샤프리스(타시스 흐리스토야니스)가 부른 ‘세상 어디든지(Dovunque al mondo)’는 테너와 베이스가 일본 결혼 문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남성 이중창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테텔만은 탄탄한 고음과 함께 부드럽고 다정하게 노래했다. 특히 3막에서 보여준 연기와 절규는 ‘나쁜 남자’ 핑커톤에게도 절절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초초상을 맡은 부라토는 테텔만에게 맞춰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1막의 ‘저녁이 다가오고(Viene la sera)’는 절정이었는데 서로의 음악을 정확히 이해하며 노래를 주고받았다. 주요 아리아에서 안정적 발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캐릭터의 초초상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관객들은 무대가 끝난 뒤 기립하며 환호했고, 일부 객석에선 눈물을 훔쳤다. 베를린 필의 연주는 ‘나비부인’을 인수분해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각각의 악기가 정밀하게 결합됐다. 악단의 모든 악기가 오페라 속 또 다른 등장인물인 것처럼 느껴졌다.

바덴바덴 축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와 독일 출신 지휘자 요아나 말비츠가 내년부터 부활절 축제의 음악감독직을 함께할 예정이다. 메켈레가 축제에 합류하면서 2026년부터는 그가 상임지휘자를 맡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프로그램의 주축이 된다. 이들은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말러 교향곡 5번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바덴바덴·베를린=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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