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리는 베트남 다낭, 각종 여행 플랫폼에서 올여름 대한민국 여행객이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등극한 나트랑, 안 가본 사람은 없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60만 명 중 한국인 비율은 26%(약 457만 명)에 달한다. 중국인(약 374만 명)과 대만인(약 129만 명) 등을 제친 1위 기록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호텔에서 머물 수 있고, 쌀국수와 반미로 대표되는 베트남 음식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찰떡이다. 여기에 비자 면제국으로 별도의 전산이나 서류 접수 없이 자유롭게 입출국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베트남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색다른 베트남을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다낭에서 차로 약 7시간, 하노이에서 9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풍냐케방 국립공원은 색다른 맛의 베트남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낭에서 퐁냐케방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베트남 마지막 왕조가 있던 도시 후에, 이국적인 해변과 사막이 공존하는 동허이까지 둘러본다면 전 세대 맞춤형 꽉 찬 일정계획이 가능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자연 동굴
퐁냐케방국립공원은 300개의 석회 동굴과 석회암 산지를 보유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카르스트 지형이다. 아직도 동굴들이 발굴되고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건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 강을 배를 타고 볼 수 있는 퐁냐 동굴, 이름 그대로 천국과 같은 절경의 파라다이스 동굴, 집라인과 카약 등 신나는 액티비티와 진흙욕을 할 수 있는 다크 케이브(항떠이 동굴)다.
퐁냐 동굴은 퐁냐케방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지하 동굴이다. 총길이 7729m로 1만3969m의 지하강이 흐르고 14개의 작은 동굴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 관광객들에게 공개된 건 1500m 정도다.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해 동굴 입구에 가면, 모터를 끄고 노를 저어 동굴을 탐험한다. 이후 보트에서 내려 400m가량을 도보로 이동해 동물을 감상하며 입구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비가 많이 올 경우, 입구에서 배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갔다가 나온다.
파라다이스 동굴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꼭 봐야 하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지구상의 에덴'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파라다이스 동굴 역시 확인된 길이만 31km, 최대 높이 72m, 최대 넓이 150m로 알려졌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있어 5분 정도 버기카를 타고 산악지대를 이동한 후에도 15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야 비로소 좁은 입구에 도달한다. 입구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거대하고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순이 장관을 이룬다.
다크 케이브는 1990년에 처음 발견됐는데, 인공적인 개발을 피해 어떠한 조명도 설치하지 않아 '다크 케이브'라는 별명이 생겼고, 현재는 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에메랄드빛 강에서 동굴 체험과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동굴 입구는 강 건너편에 있는데, 집라인을 타거나 수영, 카약 탑승 등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이후 랜턴이 달린 안전모를 쓰고 동굴을 탐험하다 보면, 진흙탕에 다다른다. 입자가 부드러운 진흙 목욕을 즐길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남자는 상의를 탈의한 채 하의만 수영복을 입고, 여자는 비키니나 원피스 수영복만 허용한다. 래시가드는 입장할 수 없다. 신발과 안경도 벗어야 한다.
이 외에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공개된 손둥 동굴은 박항서, 추성훈, 김남일, 안정환, 김동준 등이 출연한 tvN '손둥동굴'로 국내에서도 알려졌다. 참가비 3000달러(한화 약 410만원)에 가이드와 함께 동굴에서 자고, 탐험하는 방식인데, 매년 한정된 인원만 받는다. 이미 3년 치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의 종유석과 석주, 석순 등 놀라운 광경이 눈을 돌릴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지만, 유일한 단점은 접근성이다. 퐁냐케방은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작은 시골 마을로, 가장 최근인 2005년 발견된 파라다이스 동굴 역시 농부가 낫질을 하다가 우연히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여행으로 갈 경우 꽝빈성에 위치한 동허이에 머무르며 오토바이를 빌려 이동해야 하는데, 가는 길이 험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베트남 현지인들도 패키지를 통해 방문하는 모습이었다. 현지 한국 여행사로는 빅트레블 등이 퐁냐케방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모두투어 등 국내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시간과 비용, 만족도 등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 안 보면 더 후회
퐁냐케방 지역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베트남의 경주'로 불리는 후에다. 후에는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총 13명의 황제가 있었던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다. '베트남의 국부'인 초대 국가주석 호찌민 주석도 후에 출신이며, 현재까지 베트남 정치권 및 엘리트들을 배출하고 있는 곳이다.
베트남 왕조가 떠난 지 100년도 안 된 왕궁은 프랑스와 미국 등 세계열강과의 전쟁을 거치며 많은 문화유산이 소실됐지만, 종전 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면서 건물들이 복원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왕궁 규모가 상당해 전기 셔틀버스를 이용해 관람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황릉과 궁정박물관, 사원 등도 볼거리로 꼽힌다.
특히 응우옌 왕조의 카이딘 황제가 왕좌에 오르기 전, 당시 최고의 건축가와 화가에게 의뢰해 1918년 완성했다는 개인 저택 안딘궁전은 20세기 초 프랑스 네오클래식 스타일에 베트남 전통미를 더한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카이딘 황제 사후에는 후계자였던 바오다이 왕이 1955년까지 가족들과 함께 머물렀고, 1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 정부를 거치면서 주 거주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다수의 부속 건물들이 붕괴됐지만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됐다.
여기에 이런 곳이? 베트남 전쟁의 흔적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5년 통일 후 베트남 정부는 미군과 베트남군 간 접전을 벌였던 북위 17도의 군사분계선과 완충지대인 DMZ 일대 재건에 힘을 쏟았다. 히엔르엉 다리와 빈목터널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의 식민 지배받았던 베트남은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베트남 점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프랑스로부터 완전한 독립과 공산주의 국가를 꿈꾸던 북베트남의 호찌민 정권과 친프랑스적 성향의 남베트남 정부 사이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여기에 공산주의 세력 확대를 경계하던 미국이 남베트남 정부에 힘들 더하면서 베트남전쟁은 미군 대 북베트남군의 양상을 띠며 장기화했다.
히엔르엉다리는 1950년 프랑스가 군사 목적으로 벤하이강 위에 세운 철교다. 하지만 제네바 협정으로 북위 17도에 군사분계선이 설정되고, 남북이 갈라지면서 한쪽은 파란색, 다른 한쪽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남북분단의 상징이 됐다. 현재도 다른 색의 다리를 볼 수 있는데, 히엔르엉 다리 남단의 기념상에는 현재도 많은 베트남인이 방문하고 있다.
빈목터널은 군사분계선 설정 후 남북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빈목 마을 아래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호치민시 인근에 있는 구찌터널보다도 규모가 크다. 전체 길이 약 2km에 약 3층 구조로 최대 깊이는 23m다. 터널 내에는 회의실과 병원, 분만실과 학교까지 있고,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사람들이 거주해 17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터널 끝은 바다와 연결돼 있어 주민들의 생업과 탈출에 용이한 구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