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과정에서 반복돼 온 불공정 계약 관행이 대폭 개선된다. 정부·벤처업계가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를 분리하고, 기업공개(IPO) 강제조항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방식, 사전동의권 행사 절차 등을 전면 손질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심의 계약 관행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창업자와 투자자 간 균형을 맞춘 투자계약 체계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30일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 유관기관,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해 글로벌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한 계약 체계를 만드는 데 의견을 모은 결과물이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주요 개정 내용가장 큰 변화는 기존 32종의 복잡한 통합형 계약서를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로 분리하고 계약 유형을 5종으로 단순화한 점이다. 계약 구조를 간소화해 스타트업의 계약 이해도를 높이고 협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해 후속 투자나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투자 라운드별 집합 동의 방식으로 변경해 투자 단계별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인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심의 계약 관행도 글로벌 투자 환경에 맞춰 전환우선주(CPS)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 가치가 하락했을 때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최저가로 조정하는 '풀래칫(Full-Ratchet)' 방식 대신 창업자와 투자자 간 균형을 고려한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방식을 기본안으로 제시했다. 창업자의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조치다.
기업공개(IPO) 조항도 손질했다. 기존처럼 상장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상장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최선 노력(Best Effort)' 의무로 변경해 창업자의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올해 말 시행되는 벤처투자법 개정 내용에 맞춰 제3자 연대책임 제한도 표준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했다. 창업자의 가족이나 이해관계인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개정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를 이날부터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7월부터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책자 형태로도 배포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원스톱 지원센터 상담 인력 교육과 벤처캐피털 실무 교육에도 개정 내용을 반영해 현장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함께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에서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과 조건부지분전환계약(CN) 등 초기 스타트업 투자 방식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중기부는 3분기에도 포럼을 이어가며 벤처투자 계약문화 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할 방침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공정하고 건전한 벤처투자 계약문화가 정착될 때 창업자는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개정된 표준계약서와 해설서가 현장에 신속하게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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