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 해외에서 많은 음악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실내악 축제를 볼 때마다 ‘이런 페스티벌을 한국에서도 좀 열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제가 올해 20회를 맞는다니, 한국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2006년 출범 때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예술감독을 맡아온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사진)은 14일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그는 “올해도 유페로프, 라블 등 대중에게 낯선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평소 쉽게 들을 수 없지만 작품성이 높은 곡을 선보이는 게 축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로 20번째 생일을 맞는 SSF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열린다. 그간 SSF 무대를 밟은 연주자는 1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선우예권도 SSF에 출연한 적이 있다.
초창기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축제에 핵심 멤버로 참여한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15년 전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아주 어렸던 시절 함께 6중주를 했는데, 그때 같이한 이들이 청년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악이 작곡가의 내면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SSF의 주제는 ‘20 캔들스(20 Candles)’다. 하루에 20명의 연주자가 총동원되는 공연(4월 23일), 작품번호(Opus)가 20인 곡들로 구성된 공연(4월 27일), 작곡가들이 20대 때 쓴 작품을 20대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공연(5월 3일) 등 축제 출범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이 15년 만에 SSF 무대에 오른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을 지낸 마티어 듀푸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소프라노 이혜정, 리수스 콰르텟,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등 국내외 음악가 69명이 참여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