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블록체인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포크(fork)’다. 포크는 식탁에서 쓰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영어에서는 길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라는 뜻도 있다. 블록체인에서 포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길처럼 이어지던 블록체인이 어느 순간 규칙의 변화로 둘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장부가 아니다. 여러 참여자가 같은 장부를 나눠 가지고, 같은 규칙에 따라 거래를 확인하는 분산형 장부다. 어떤 거래가 유효한지, 어떤 블록을 장부에 올릴 수 있는지는 모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판단된다. 따라서 블록체인에서 규칙은 매우 중요하다. 규칙이 바뀌면 장부를 읽고 쓰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지금까지는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라는 규칙이 있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어느 날부터 “70점 이상이어야 합격”으로 바뀌었다면, 65점을 두고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새 규칙을 따르는 사람은 불합격이라고 보지만, 기존 규칙을 따르는 사람은 여전히 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 같은 블록을 두고 어떤 참여자는 유효하다고 보고, 어떤 참여자는 유효하지 않다고 보면 장부가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규칙 변경으로 장부의 진행 방향이 달라지는 현상을 포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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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 |
포크는 하드포크와 소프트포크로 나뉜다. 하드포크는 기존 규칙과 호환되지 않는 강한 변화다. 쉽게 말해 예전 방식으로는 새 규칙을 따라갈 수 없는 변화다. 기존 참여자가 계속 예전 프로그램을 쓰면 새 블록을 인정하지 못할 수 있다. 모두가 새 규칙으로 옮겨가면 하나의 체인으로 계속 이어지지만, 일부는 예전 규칙을 따르고 일부는 새 규칙을 따르면 체인이 둘로 갈라질 수 있다.
비트코인(BTC)과 비트코인캐시(BCH)의 분리가 대표적 사례다.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보안성과 탈중앙성을 중시해 설계됐다. 누구나 일정한 장비와 인터넷 환경만 갖추면 네트워크에 참여해 장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블록의 크기를 크게 늘리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이 있었다. 블록이 지나치게 커지면 더 많은 저장공간과 처리능력이 필요해지고, 결국 고사양 장비를 갖춘 일부 참여자에게만 검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많아졌고,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 수수료가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일부 참여자들은 “블록 크기를 키워 한 번에 더 많은 거래를 기록하자”고 주장했다. 기존 도로가 막히니 도로 폭을 넓히자는 생각이었다. 반면 다른 참여자들은 “블록 크기를 크게 늘리면 탈중앙성이 약해질 수 있으니, 기존 체인의 구조는 유지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의견 차이는 결국 하드포크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다수 흐름은 블록 크기를 직접 크게 늘리기보다, 세그윗(Segregated Witness)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방식으로 확장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반면 비트코인캐시는 더 큰 블록을 허용하는 새로운 규칙을 선택했다. 기존 규칙을 따르는 비트코인 참여자들은 큰 블록을 인정하지 않았고, 새 규칙을 따르는 비트코인캐시 참여자들은 이를 유효한 블록으로 인정했다. 결국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장부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하드포크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하드포크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블록체인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분리는 “작은 블록과 탈중앙성”을 더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큰 블록과 직접적인 거래 처리량 확대”를 더 중시할 것인가라는 철학의 차이가 기술적 분리로 나타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의 분리도 대표적인 하드포크 사례다. 2016년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더 다오(The DAO)’라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이더리움 공동체는 해킹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의 상태를 변경할 것인가, 아니면 블록체인은 한 번 기록되면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킬 것인가를 두고 갈라졌다.
결국 다수는 피해 회복을 위해 하드포크를 선택했고,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더리움은 그 길을 따라 이어졌다. 반면 일부 참여자들은 “블록체인은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중시하며 기존 체인을 계속 유지했다. 이 체인이 이더리움클래식이다.
반면 소프트포크는 기존 규칙과 어느 정도 함께 갈 수 있는 부드러운 변화다. 예를 들어 기존 규칙이 “블록 크기는 1MB 이하이면 된다”였는데, 새 규칙이 “앞으로는 0.8MB 이하만 허용한다”로 바뀌었다고 해보자. 0.8MB 이하 블록은 기존의 1MB 이하 규칙에도 맞는다. 따라서 기존 규칙을 따르는 사람도 그 블록을 여전히 유효한 블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새 규칙이 기존 규칙 안에 들어가는 호환적 변경이면 소프트포크이고, 새 규칙이 기존 규칙을 벗어나는 비호환적 변경이면 하드포크다. 소프트포크는 체인이 하나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드포크는 참여자들이 같은 규칙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체인이 갈라질 수 있다.
비트코인의 세그윗(SegWit)은 대표적인 소프트포크 사례다. 세그윗은 거래 데이터 중 서명에 해당하는 증인 데이터(witness data)를 분리해 처리함으로써 블록의 실질적 수용 능력을 높이고, 거래 식별값이 바뀔 수 있는 문제를 줄인 업데이트다. 또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레이어2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가 선택한 노선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비트코인캐시는 블록 자체를 크게 만들어 더 많은 거래를 직접 기록하려 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장부의 기본 구조를 급격히 바꾸기보다, 세그윗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레이어2에서 많은 거래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왔다. 즉 비트코인캐시는 “큰 블록”의 길을, 비트코인은 “기존 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보조도로를 만드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 기술적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을 통해 한층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비트코인은 안전하지만, 모든 거래를 본 장부에 하나하나 기록하면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작은 거래를 매번 비트코인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레이어2에서 빠르게 처리한 뒤 마지막 정산 결과만 비트코인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친구 사이에 커피값을 매번 송금하지 않고 장부에 적어뒀다가 나중에 한 번에 정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결국 하드포크와 소프트포크의 차이는 “얼마나 크게 바뀌는가”보다 “기존 규칙과 호환이 될 수 있는가”에 있다. 하드포크는 기존 규칙과 호환되지 않는 변화이고, 소프트포크는 기존 규칙과 호환될 수 있는 변화다. 반면 하드포크는 도로 자체가 갈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블록체인에서는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안정성을 중시하고, 어떤 사람은 속도와 확장성을 중시한다. 어떤 사람은 기존 원칙을 지키려 하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이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각자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도 그런 선택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세금 문제는 어디에서 생길까. 세금 문제는 주로 하드포크에서 발생한다. 소프트포크는 대개 기존 체인의 기능 개선에 그치고, 새로운 코인이 별도로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소프트포크 자체만으로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하드포크는 경우에 따라 새로운 코인을 만들어낸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분리처럼 기존 코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새 체인에서 새로운 코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새 코인을 실제로 지배하고 처분할 수 있었는지(Dominion and Control), 나중에 팔아 이익을 얻었는지가 문제가 된다. 결국 세금은 체인이 갈라졌다는 기술적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납세자가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프트포크는 “기존 체인과 공존 가능한 소규모의 업데이트”이고, 하드포크는 “기존체인과 공존할 수 없는 분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세그윗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체인의 틀 안에서 확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비트코인캐시는 큰 블록을 허용하는 별도의 길을 택했다. 블록체인은 규칙으로 움직이고, 규칙이 바뀌면 길도 바뀔 수 있다. 그 길이 부드럽게 이어지면 소프트포크이고, 둘로 갈라지면 하드포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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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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