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 낸 이윤을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 속도와 규모에서 갈리고 단 한 번의 투자 실기조차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며 오늘의 이윤이 내일의 생존을 위한 씨앗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지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잇따라 제기된 분배 주장과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 초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획을 취소하긴 했지만 토론회를 6월 1일 열겠다고도 했다. 김영훈 장관의 발언은 그에 앞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과 맞물리며 정부가 기업 이익 배분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엇박자가 더 커질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아 보인다. 김영훈 장관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라 더 큰 거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김 장관의 페이스북 글에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만들자”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공직을 떠난 후 기업인으로 실물 경제 현장을 오래 체험한 데 이어 다시 고위 관료로 피말리는 대미 통상 교섭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재투자 우선 주장은 무게감이 다르다.
인텔은 최근 2년간 직원의 20%가 넘는 2만 5000 명 안팎의 인력을 감원했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AI 메가팹 공장 건설과 핵심 연구개발에 퍼붓고 있다. 아마존,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4사의 올해 설비 투자만도 26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한다. 대만의 TSMC는 올해 350억달러(약 52조원)가 넘는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한 발만 늦어도 바로 도태된다는 위기감 이 배경이다. 이런데도 우리는 반도체 떡을 놓고 너도나도 숟가락 싸움 중이다. 김 장관의 견해를 정부도, 노동계도 존중하고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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