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문 투자자들은 어떤 업종을 주로 매수하고 있을까.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증권과 석유화학, 화장품 업종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해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에는 고배당 업종인 은행과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증권과 석유화학 업종 주식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지분율을 기존 9.73%에서 11.80%로 확대하고,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 지분율도 1%포인트가량 높였다.
대형 증권주는 최근 해외 주식 거래 및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입 확대,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16% 넘게 급등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에는 9.02% 급등한 1만1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석유화학주 지분도 확대했다. 국민연금은 LG화학 지분율을 기존 7.60%에서 8.64%로 높였다. 금호석유화학은 9.72%에서 10.60%로, 롯데정밀화학은 7.86%에서 8.89%로 늘렸다. 정부 지원 정책과 업황 반등 등에 힘입은 가치회복을 노린 베팅이다.
해외 시장에서 호평받는 K뷰티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분율을 기존 6.40%에서 7.42%로 확대했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 한국콜마의 지분은 11.84%에서 13.47%로 높였다.
연기금보다 투자 시계가 짧은 증권사들은 고배당 업종을 비교적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안정적인 현금 수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의 대표 장기 보유 종목은 기업은행이다. 2005년 당시 392억원에 지분을 취득한 뒤 한 주도 안 팔고 장기 투자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대표적 배당주로, 매년 배당 성향이 30%대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와 신용평가사인 NICE 주식도 1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우리금융지주에 3244억원을 투자해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 1000억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증권은 코람코더원리츠 등 리츠 종목 보유 비중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이 금액을 투자한 종목은 네이버다. 2017년 6월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작년 말 장부가액은 5599억원으로 6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인식하고 있다.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주관 등 기업금융(IB) 서비스를 위한 관계관리 목적으로도 다양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일전기, 아이케이세미콘, 이노스페이스, 뱅크웨어글로벌, 에이치엔에스하이텍, 클로봇 등을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디지털 광고 대행사 와이즈버즈와 채용 플랫폼 사람인,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장기간 보유 중이다. KB증권은 블루탑, 제노텍, 스템랩, 유투바이오 등 코넥스시장 상장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