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필수 의료품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수의업계가 주사기 부족 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체 진료에 주사기 공급이 집중되자 동물병원과 유기동물 구호기관은 제때 진료를 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사태가 길어지자 대한수의사회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 주사기를 수입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섰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주사기 재고는 4414만9052개로 집계됐다. 5일 5144만7152개에서 1주일 만에 14.2% 줄었다. 직전 주말과 비교해도 며칠 만에 재고가 400만 개나 감소했다. 정부는 전체 주사기 재고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 의료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 주사기는 반려동물과 사람에게 공통으로 쓰이는 필수 의료품이다. 주사기 대란이 벌어진 이후 동물병원은 공급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 가격도 크게 뛰었다. 중동 전쟁 이전 5000~6000원대이던 1mL 주사기 1상자는 현재 7000~8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동물병원과 구호센터는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철 새은평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주사기 10상자를 주문해도 2상자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병원에 주사기가 몰려 소형 병원은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제를 투약해야 하는 동물보호센터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2~3주 전부터 기존 공급처가 주사기 판매를 중단해 추가 구입을 못 하고 있다”며 “모아둔 주사기를 아껴 쓰고 있지만 다음달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사기 공급난이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1회 시행하는 필수 광견병 예방접종 기한을 미루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와 은평구 등 일부 자치구는 광견병 예방접종 지원 사업 기한을 애초 지난달 말에서 다음달 말로 두 달 연장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대한수의사회는 자체 대응에 나섰다. 수의사회는 자회사인 한수약품을 통해 확보한 주사기를 전국 병원에 조금씩 나눠 주고 있다. 중국에서 동물용 주사기를 수입해 어려움을 겪는 동물병원에 긴급 공급했다. 한수약품이 중국산 주사기를 수입해 병원에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주사기 공급 상황을 지켜보며 적정한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며 “정부를 통해 일반 병원과 같은 수준으로 동물병원도 주사기를 원활히 받을 수 있게 조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주사기 매점매석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식약처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물량을 사들인 일부 의료기관에 과다 비축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식약처는 경찰에 주사기 매점매석과 관련해 3건을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 소모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사재기를 막기 위해 구매 제한 조치를 뒀다. 수의사와 의사 1명당 한 주에 주사기 2상자만 한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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