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재판을 연기한 법원 결정을 두고 11일 "절대권력의 사법 파괴 행위"라며 규탄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40여명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릴레이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서울고등법원이 추후 지정한다고 밝히고,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의 공판기일마저 서울중앙지법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자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단 1주일 사이 사법 체계가 상상 초월의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은 사법 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는 순간 우리는 독재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혐의에는 정치 탄압 딱지를 붙이고, 법원에는 권력의 부역자 프레임을 씌웠고, 마침내 대법원으로 칼끝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판 기일을 잇달아 연기한 것을 두고도 "이 대통령이 권력을 탐했던 진짜 목적이 국가도 국민도 아니라 오직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이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 사건 변호인들을 헌법재판관에 앉히려 노골적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자기 측근을 심어 대통령을 겨냥한 어떤 법적 화살도 닿을 수 없게 방탄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재판 변호를 맡았던 이승엽 변호사가 후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되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법원을 향해 "어떤 압박과 위협에도 굴하지 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재판을 진행하라"며 "만약 법원이 지레 겁을 먹고 무릎을 꿇으면 민주주의의 퇴행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헌법 제84조를 둘러싼 법원의 해석에 대한 반론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앞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 중앙지법은 이 조문을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 소추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제84조의 '소추'는 (검찰의) 기소만을 말하는 것이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원이) 진행 중인 재판을 연기할 만한 근거가 없어서 논리를 얼버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어불성설이자 법원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향후 이 대통령의 재판 속개를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범국민 릴레이 농성 및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절대권력의 사법 파괴 행위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열린 국민의힘 현장 의원총회는 강성 보수 성향 시민들이 몰려들며 일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길바닥에 나와서 단식도 하고, 삭발도 좀 하시라"라며 "내부 계파 싸움에만 빠진 것 같아 답답하다. 제대로 좀 투쟁하라"고 꼬집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