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은 1993년 적자를 낸 이후 30년 넘게 만성적 ‘적자 늪’에 빠져 있다.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1982년부터 2024년까지 약 2배로 늘었지만, 연금을 타는 수급자는 같은 기간 약 186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수급자가 전체 가입자 대비 53.8%로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이는 막대한 적자로 돌아왔다. 결국 2001년부터 국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해 주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결산 기준 공무원연금에 보전해 준 나랏돈이 7조4712억 원에 이른다.
그간 공무원연금 개혁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정부는 1990년대 들어 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 등 크게 네 차례에 걸쳐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 박근혜 정부의 4차 개혁에서는 ‘국민대타협기구’까지 만들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안을 내지 못하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모수개혁에 그쳤다.
정치적 미봉책은 재정 악화 속도만 늦췄을 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회계수입 중 정부 보전금 비중은 2015년 28%에서 2024년 34%로 더 높아졌다. 문제는 앞으로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늘고 연금 급여액이 증가하면 연금 적자 규모와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난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2030년 한국의 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더 늦기 전에 지난 10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동을 다시 걸어야 한다.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이미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공무원연금은 놔두고 국민연금 개혁만 논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제라도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 등과의 통합이나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재정 자동안정장치’ 도입과 같은 구조개혁안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연금 개혁은 고통이 따르지만, 국가와 후대의 미래를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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