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에 '무역흑자 제로' 요구한 트럼프, 우리 처지도 다르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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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0 17:41 수정2025.04.20 17:41 지면A3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일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 주일 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요구하고 “대일 무역적자를 제로(0)로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683억달러(약 97조원)로 우리나라의 556억달러(약 79조원)보다 조금 더 많았다. 미국 측은 이어진 장관급 회담에서는 농산물과 자동차 교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미국이 일본에 요구한 사항들은 쟁점 사안이 겹치는 한국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주부터 미국과의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나란히 미국을 방문한다. 양국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형식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처럼 트럼프의 깜짝 참여 가능성도 시야에 넣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아부 외교’에 이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의 ‘굽신 협상’으로 자국 내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정작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일본의 전략은 참고할 만하다. 몸은 낮추되 철저하게 따져가며 국익을 지키겠다는 속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흑자 중 96.2%가 미국에 다시 재투자됐다. 2021~2024년에도 71.4%가 현지 투자에 활용됐다. 2023년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로 생겨난 일자리 기여국 1위도 중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이런 데이터를 잘 활용해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진작부터 한국이 공헌하고 있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투자, 비관세장벽 개선 등 협상 패키지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40여 일 뒤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그 전에 타결되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협상팀은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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