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쟁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에서 사진을 조작했다’고 말한 것,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였다. 1심은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전부 무죄로 뒤집었다. 발언 자체를 거짓으로 볼 수 없고, 사실이 아닌 의견 표명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중도·보수 성향 10명은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볼 때 이 후보의 발언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데, 이는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되고 국민의 “알권리”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 2명은 무죄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제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변론을 열고 심리를 거쳐 판결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후보나 검찰이 재상고하면 대법원에서 또 한 번 판단하게 된다. 한 달 안에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대선 전 확정 판결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민주당은 “대법원의 부당한 대선 개입이자 사법 쿠데타”라고 반발했다. 이 후보는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고, 민주당도 “지금은 국민의 시간”이라며 후보 교체는 없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한동훈 예비후보는 일제히 “후보 자진 사퇴가 상식”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대선 후보 확정 나흘 만에 ‘자격’ 공방에 불이 붙은 것이다.
대법원이 최종 정리하긴 했지만 1심과 2심, 2심과 3심의 판단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사법의 정치화’ 논란도 예상된다. 대선 전 파기환송심까지는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도 논쟁이 불가피하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데, ‘소추’의 의미에 재판까지 포함되는지 선례가 없고 학계의 의견도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조기 대선이 대형 난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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