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불렀지만 미국 학계와 경제계에선 “경제적 핵전쟁” “사상 최악의 자해”라고 비판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3일과 4일 단 이틀 만에 10% 넘게 빠지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번째로 큰 하락세를 보였고, 주식 금 원자재 등 자산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폭락세가 이어졌다. 주식시장에서만 1경 원 가까운 돈이 증발했고, 미국 소비자 피해를 감안하면 경제 손실이 4경 원을 넘을 것이란 추산도 있다.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리는 등 미국 내 민심도 악화하고 있다.
세계는 미국이 협상 가능한 상대인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관세·비관세 장벽 등을 두루 검토해 정했다던 상호관세율은 국가별 무역적자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값의 절반이라는 주먹구구식 계산에 불과했다. “창조론을 생물학에, 점성술을 천문학에 적용하는 격”이란 냉소가 나왔다. 미국을 설득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려 했던 각국의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관세 전쟁의 확전은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안길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13% 급감하고, 국내 부가가치가 10조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의 불안정 속에 경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심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길고 독해질 관세 전쟁을 버텨내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에 대한 인식을 하나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에 꼭 필요한 지원이 입법 지연 등으로 실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정부는 유동성 부족에 처하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과 세제를 통해 신속하게 지원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 정부와 기업이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장기전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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