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을 잇달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는 최근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 접근 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오픈AI의 차세대 모델인 ‘GPT-5.6’도 정부가 승인한 파트너사에만 단계적으로 출시하도록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모델 출시 전에 정부가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술 통제가 첨단 반도체와 장비를 넘어 AI 모델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AI 모델도 미 정부 판단에 따라 언제든 안보 자산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국경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든 비용만 부담하면 자유롭게 AI 모델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AI는 자국의 정보 유출을 막고 다른 나라를 종속시키는 패권 도구로 바뀌고 있다. 해외 기술에 의존해온 국가들이 마주한 안보·경제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도 이제 독자적 AI 생태계를 갖추지 못하면 기술 종속을 넘어 안보 취약국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미국 AI 모델에 의존하다가 정치적 판단이나 규제 강화로 접속이 차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무엇보다 국방 통신 금융 등의 핵심 인프라가 해외 AI에 종속돼 있으면 하루아침에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자체 기술과 인프라로 통제할 수 있는 독자적 AI를 개발해 ‘소버린 AI’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외국산 AI를 빌려 쓰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비롯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안전성을 검증할 보안 체계도 갖춰야 한다.
공공과 국방 분야에서 활용할 폐쇄형 AI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AI 주권은 국가 생존과 직결돼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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